너무 비싼 '발코니 확장비'…건설사 옵션 꼼수 논란
너무 비싼 '발코니 확장비'…건설사 옵션 꼼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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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에이치자이 개포 견본주택에 마련된 전용 84㎡B타입 유닛. (사진=현대건설 홈페이지)

디에이치자이 개포, 전용 176㎡ '4930만원'
무상품목 끼워 팔기도 성행 청약자들은 난감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 서울 강동구에 사는 최 모(34·여)씨는 최근 영등포구에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견본주택을 찾았다가 발코니 확장 비용을 보고 고민이 깊어졌다. 발코니를 확장하려면 2000만원에 가까운 돈을 더 내야 한다는 것. 생각지 못한 비용에 발코니를 그냥 둘까 망설였지만, 확장을 안할 경우 무상제공 품목이 유상으로 변경된다는 상담사의 말에 결국 확장을 선택하기로 했다.

최근 정부의 압박에 신규 아파트의 평균분양가가 낮아지고 있는 추세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발코니 확장' 등 옵션 비용을 추가하면 낮아진 분양가가 도로 높아졌다는 것이 예비 청약자들의 얘기다.

일각에서는 건설사들이 옵션 장사를 통해 분양가를 만회하려는 '조삼모사'식 꼼수를 부린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지난 16일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자이 개포'의 견본주택을 열고 분양에 돌입했다. 이 단지의 분양가는 3.3㎡당 평균 4160만원.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데다 지난해 개포택지개발지구에서 공급됐던 '래미안 강남포레스트' 분양가와 동일한 수준으로 책정되면서 '로또 단지'로 인기를 끌었다.

다만 청약에 앞서 견본주택 곳곳에선 높은 수준의 옵션비용에 대한 아쉬운 소리가 이어졌다. 발코니 확장비가 대표적이다.

디에이치자이 개포의 주택형별 발코니 확장비용은 전용 63㎡가 1824만~2081만원, 전용 76㎡는 2293만~2464만원, 전용 84㎡는 2305만~2874만원 등이다. 단 1가구만 공급되는 전용 176㎡ 펜트하우스의 경우 발코니를 확장하기 위해선 분양가에서 추가로 4930만원을 내야한다.

일반적으로 아파트의 발코니 확장가격이 1000만원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다소 높은 수준이다.

견본주택에서 만난 김 모(47·여)씨는 "집을 조금이라도 넓게 쓰기 위해서는 발코니 확장을 안할 수 없는데 생각보다 높은 금액에 놀랐다"며 "옵션비까지 다 더하면 예상 금액을 훨씬 뛰어넘을 것 같다"고 불만을 표했다.

지난달 분양된 롯데건설의 '성복역 롯데캐슬 파크나인'은 전용 84㎡ 발코니 확장비가 2659만~2953만원이었으며, 전용 219㎡는 무려 6664만원에 달해 소비가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발코니 확장은 필수가 아닌 선택사항이기 때문에 결정은 당첨자의 몫이지만, 수요자들은 비싼 돈을 주고 유상옵션을 선택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애초에 발코니 확장을 염두에 두고 설계가 진행되는 탓에 비확장 시 거실이나 방 면적이 상상 이상으로 좁아지기 때문이다.

실제 전용 63㎡의 경우 발코니를 트지 않으면 작은 방의 크기는 성인 남성 두명이 겨우 몸을 누일 수 있는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때문에 건설사들은 견본주택에 마련되는 주택 유닛에도 시각적으로 넓은 개방감을 주는 '확장형'으로 전시를 해놓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확장하지 않았을 경우 넓이를 가늠해볼 수 있도록 점선 등으로 표시를 따로 해두기 하지만, 눈대중만으로는 정확한 규모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

'무상 제공 품목'을 이용해 발코니 확장으로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 디에이치자이 개포는 현관중문과 하이브리드쿡탑, 기능성오븐, 수입주방 하드웨어, 거실후면 아트월 등을 발코니 확장시에만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분양관계자는 "발코니를 확장하지 않으면 수입주방 하드웨어 등이 모두 유상옵션으로 변경돼 따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며 "실사용 면적도 확연히 줄어들어, 웬만하면 확장을 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이에 업계에선 정부의 압박에 못이겨 분양가를 낮춘 건설사들이 발코니 확장비용을 통해 우회적인 분양가 인상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중 인테리어 업체에선 발코니를 넓힐 때 아무리 최고급 마감재를 사용하고, 단열·난방공정을 하더라도 1200만원을 넘어가지 않는다"면서 "신규 분양단지들의 비용을 보면 조금 의아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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