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금리역전 현실화…한은, 장고 또 장고
韓美 금리역전 현실화…한은, 장고 또 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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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차 75bp 이상 벌어지면 자본 유출 가능성↑
전문가들도 엇갈린 관측…5월 인상설에 무게감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한국과 미국의 금리역전이 현실화되면서 한국은행의 고민이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좀처럼 오르지 않는 물가, 145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문제에 더해 금리역전에 따른 외화유출 우려까지 겹치며 운신 폭이 날로 좁아지고 있다. 한미 금리역전에 따른 단기 자본유출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다만 금리역전이 장기화될 경우 금융변동성 측면에서 한은이 받는 금리인상 압박은 더 커질 전망이다.

22일 한은과 금융시장 등에 따르면 간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1.25~1.50%에서 1.50~1.75%로 25bp(1bp=0.01%p) 인상하기로 했다. 우리나라 기준금리(연 1.50%) 보다 미국금리 상단이 더 높아졌다. 두 나라 금리역전은 2007년 8월 이후 10년7개월 만이다. 횟수로는 세 번째다. 한미 금리가 뒤집히는 일이 그만큼 드물다는 얘기다.

한미 금리역전으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국내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점이다. 일단 우리나라의 양호한 펀더멘털과 대외 건전성들을 고려하면 단기 외화유출 가능성은 적다는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지난 1999년 7월~2001년 3월(최대 금리차 1.50%p), 2005년 8월~2007년 9월(최대 금리차 1.00%p) 두 차례나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됐지만 급격한 자본유출은 일어나지 않았다. 첫 번째 시기에는 외국인자금이 147억달러, 두 번째 시기에는 75억달러 되레 순유입 됐다.

기획재정부와 한은을 비롯한 정부 부처도 이날 "급격한 외국인 자본 유출 위험은 낮다"고 일제히 입을 모았다. 고형권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우리나라에 투자된 외국인 자금의 약 85%를 차지하는 주식자금은 국내경기 상황과 기업실적 전망 등에 좌우 된다"며 "나머지 15%인 채권자금은 주로 주요국 중앙은행이나 국부펀드 등 중장기 투자자들로 구성됐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불확실성이다. 고려해야 할 변수가 하나 더 늘면서 변동성이 커질 확률이 더 높아졌다. 앞서 두 차례 자본이 순유입 됐다고 하지만 이번에도 그럴 수 있을 지 확답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결국 돈은 금리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움직이게 마련이다. 전상용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미 기준금리 스프레드가 75bp 이상 벌어질 경우 자본 유출은 코스피 지수에 강력한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은 사실상 금리인상 압박을 받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연임하자 5월 금리인상 설이 힘을 받고 있는 것이 그 방증이다.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우리도 같이 금리를 올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언급했던 한은 인사들이 슬슬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한은 한 고위 인사는 최근 "미 연준의 금리인상 뿐 아니라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통화 긴축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글로벌 기조를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금리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러나 금리역전을 의식해 한은이 금리를 올리려고 해도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해 말 1450조원을 넘긴 가계부채가 특히 발목을 잡고 있다. 금리가 인상되면 가계의 이자비용은 늘어나게 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금리가 1%p 오를 경우 금융부채 보유 가구의 연간 평균 이자비용이 308만원에서 476만원으로 168만원 늘어나게 된다. 이자비용 확대는 가계의 소비 심리를 위축시켜 내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좀처럼 오르지 않는 물가 상승세도 걱정거리다.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을 보면 금통위원들 대부분은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중요 요소인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에 도달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실제 지난 1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0%, 근원물가상승률은 1.2%로 한은의 물가상승률 목표치(2%)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때문에 한은은 여전히 신중한 스탠스를 고수하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전날 인사청문회에서 "큰 틀은 금리인상으로 잡고 있지만 당분간은 완화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에 전문가들도 한은의 금리인상 시기를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자본유출을 우려하는 쪽에서는 5월 금리인상을 포함, 연 2회 금리인상 가능성을 전망한다. 그러나 한 쪽에서는 시기를 예단하지 못하고 연 1회 금리인상만 예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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