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불발' 후폭풍…대우건설, 구조조정 칼바람
'매각 불발' 후폭풍…대우건설, 구조조정 칼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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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우건설 사옥 전경.(사진=서울파이낸스DB)

산은, 주택 부문 중심 사업 재편 검토

[서울파이낸스 나민수 기자] 대우건설 매각 불발 후폭풍이 거세다.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이 매각 불발의 원인으로 지목된 해외부실 책임을 물어 본부장급 임원 절반 이상을 퇴직시킨데 이어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기로 했다. 

특히, 산은이 대우건설의 기업 가치 제고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면서 조만간 강도 높은 구조조정 후폭풍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최근 주택사업본부·토목사업본부·플랜트사업본부 등 3개 핵심 사업 본부를 총괄하는 사업총괄 보직(전무)을 폐지하고 △토목사업본부장 △인사경영지원본부장 △조달본부장 △기술연구원장 △품질안전실장 등 5개자리에 각각 직무대리를 임명했다.

대우건설이 연말 인사 시즌이 아닌 때에 임원을 교체·해임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전체 본부장급 임원(12명) 중 6명의 사표를 한 번에 받았다.

이번 인사는 사실상 매각 작업이 실패한 데 따른 문책성 경질로 풀이된다. 산은은 지난해 10월 매각 공고를 내고 매각 작업을 벌였지만 지난달 초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현장에서 발생한 돌발 부실로 3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등 작년 4분기 수천억원의 적자가 나면서 결국 매각이 불발됐다.

산은은 아울러 자신들이 파견했던 송문선 사장도 교체키로 했다. 산은 관계자는 "새 CEO는 대우건설 내·외부 출신을 가리지 않을 것"이라며 "전문 헤드헌팅사의 시장 조사와 공개 모집 절차를 병행해 CEO 후보 적격자를 발굴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산은이 새로 선임하는 CEO에게 모로코 사피 발전소 현장 정상화와 해외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등을 통한 기업 가치 제고를 주문하기로 한 만큼 팀조직 개편과 함께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업계는 전망한다. 

대우건설은 이미 몇 년째 희망퇴직을 시행하면서 인력 이동과 조직 개편을 진행해 왔다. 지난해 8월 박창민 사장이 퇴임한 이후 기존 담당 임원 제도를 폐지하고 본부 안에 실 개념을 도입하는 조직개편과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기존 11본부 1원 2실 50담당 101팀이, 8본부 1원 37실 98팀으로 재편됐다. 최근에는 플랜트사업본부 직원을 대상으로 1~2개월의 '무급 휴직'을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일각에서는 대우건설 구조조정이 주택사업 보다는 해외 사업 부문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해외사업 리스크는 산은으로 편입된 이후 대우건설의 발목을 잡아 온 대표적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반면, 주택사업은 2013년 1조9995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이후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매출액 4조원을 돌파하는 등 대우건설의 호실적을 이끌고 있다. 대우건설 매각을 서둘러야 하는 산은의 입장에서는 업황이 비교적 나은 국내 주택 부문 실적을 바탕으로 단기간에 주가를 끌어올린 뒤 재매각해야 제값 받기도 수월해진다. 

실제로 이번 임원 인사를 살펴보면 주요 사업본부 중 주택·건축·플랜트 부문 본부장들만이 살아남았다. 여기에 대우건설은 현재 해외 사업장 10여 곳을 대상으로 현장 실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추가 부실 발생 시 일부 임원들의 책임론이 대두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산은이 최근 임원 절반을 내보낸 것은 차기 사장의 구조조정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수순으로 보인다"라며 "산은의 의중을 더 지켜봐야겠지만 매각 실패라는 명분을 바탕으로 대우건설의 색깔을 바꿀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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