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건설사, 무상 제공 품목 슬쩍 공사비에 포함
대형건설사, 무상 제공 품목 슬쩍 공사비에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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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나민수 기자] 지난해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일부 시공사들이 거액의 무상옵션을 약속했으나 은근슬쩍 공사비에 포함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서울 강남권 5개 재건축 사업자을 대상으로 서울시와 함께 합동점검을 실시한 결과 총 76건의 부적격 사례를 적발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들 단지는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신동아 △방배6 △방배13 △신반포15차다. 적발 사례는 △시공자 입찰 관련 11건 △예산회계 37건 △용역계약 14건 △조합행정 9건 △정보공개 5건 등으로 분류된다.

이중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한 옵션을 실제로는 유상으로 처리하는 방식이 가장 대표적이었다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점검 대상이 된 5개 조합의 시공자가 모두 적발돼 수사의뢰 조치된다.

그중에서도 작년 치열한 수주전이 벌어졌던 반포 주공1단지 공사를 따낸 현대건설은 5026억원 어치의 무상옵션을 제공하기로 했으나 이를 모두 총공사비 2조6363억원에 중복 포함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국토부는 "무상 옵션과 관련해 향후 조합원이 추가 부담금을 물게 되거나 분쟁으로 연결될 소지가 큰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다른 단지에서는 천정형 시스템 에어컨을 달아주거나 발코니 확장을 해준다고 약속했으나 그 비용 232억원을 중복시켰다. 행주 도마 살균기와 현관 스마트도어록 등을 공짜로 제공해준다고 하고선 109억원의 비용을 사업비에 넣은 시공사도 있었다.

이와 함께 조합의 입찰기준에 따라 반드시 설계에 포함시켜 제안해야 하는 조경 나무나 스마트오븐, 욕조 등의 품목을 누락하고 이를 근거로 공사비를 산정함으로써 시공사로 선정된 사례도 적발됐다.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조합이 제시한 입찰 참여 기준을 위배해 설계를 제안하거나, 개별홍보 행위를 한 사례도 적발됐다.

국토부는 조합원에게 부담되는 계약을 체결할 때 사전 총회 의결을 거쳐야 함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은 3개 조합의 임원에 대해서는 서울시에 수사의뢰하도록 했다. 조합 임원이나 총회 미참석자 등에게 부당하게 지급된 수당과 용역비 등 총 7건 약 2억7000만원은 조합으로 환수하게 했다.

사법기관의 수사와 재판을 거쳐 시공사 불법 행위가 확정되면 시공사 선정이 박탈되거나 조합의 관리처분계획 인가가 취소될 상황까지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주목된다.

일단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는 시공사의 불법에 대해 처벌하는 조항은 있으나 시공권을 박탈하는 내용은 없다.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조합원 등에게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한 경우에 대해서는 시공권을 회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도정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현재 법사위에 묶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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