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시장 극심한 양극화…서울 강남권만 '미소'
분양시장 극심한 양극화…서울 강남권만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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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6일 오픈한 '과천 위버필드' 견본주택에서 관람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SK건설)

수요 쏠림 현상에 지방 미분양 속출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봄 성수기를 맞은 아파트 분양시장이 급격한 양극화로 치닫고 있다. 서울 강남권 등 수도권 분양단지 견본주택엔 10만명이 운집되며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반면, 지방 청약시장은 침체된 분위기 속에서 주인을 찾지 못한 미분양 물량이 속출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분양일정에 돌입한 디에이치자이 개포·논현 아이파크·과천 위버필드 견본주택에 사흘간 9만명이 넘는 방문객들이 몰렸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공급하는 서울 강남구 일원동 개포주공8단지 재건축 '디에이치자이 개포' 모델하우스에는 개관 첫날에만 1만5000명이 방문했고, 둘째 날엔 1만2000명, 셋째 날에도 1만6000명을 웃도는 인파가 다녀갔다.

디에이치자이 개포는 중도금 집단대출이 불발된 탓에 수억원의 자금을 당첨자가 직접 조달해야 하지만,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최대 7억원가량 저렴한 3.3㎡당 4160만원으로 책정돼 예비 청약자들이 몰렸다.

현대산업개발 계열사인 HDC아이앤콘스가 선보인 강남구 논현동 '논현 아이파크' 견본주택에도 개관 첫날인 16일 5000여 명을 시작으로 사흘간 2만여 명이 넘는 방문객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 단지의 분양가 역시 당초 예상보다 낮은 3.3㎡당 4015만원으로 정해지며 현금 부자들이 몰린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준강남으로 불리는 경기도 과천에도 봄 기운이 완연하다. SK건설과 롯데건설이 분양하는 '과천 위버필드' 견본주택엔 같은 기간 2만6000여 명의 사람이 운집됐다.

과천 위버필드 분양 관계자는 "교통이나 교육 등에서 뛰어난 입지여건을 갖추고 있는 데다 차별화된 상품설계에 많은 수요자들이 관심을 보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청약 과열을 막기 위해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벌이고 위장전입 직권조사에 나섰으나, 이미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입소문을 탄 단지들의 청약 열기를 꺾기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반면 지방 분양시장엔 찬바람만 가득하다. 수요자의 '옥석가리기' 본격화로, 대형건설사의 브랜드 아파트이거나 지방 중에서도 생활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이 아니라면 1순위 청약 마감을 기대하긴 힘든 상황이다.

고려개발이 강원도 동해시에 짓는 '동해시 단봉동 e편한세상 동해'는 637가구 모집에 388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했고, 귀포시 안덕면 '서귀포 마마뜰 노블레스'는 30가구 분양에 29가구가 청약미달됐다.

경북 지역에선 지엘건설이 상주시 냉림동에 공급하는 '상주 지엘리베라움 더 테라스'가 68가구 모집에 11명만 청약 신청했으며, 제일종합건설의 울진군 근남면 '울진군 리버사이드빌'도 34가구 모집에 4명이 신청, 대부분의 가구가 미분양 물량으로 남았다.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으로 범위를 넓혀봐도 적지 않은 단지들이 줄줄이 청약참패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다.

경동건설이 경기도 안성시에 짓는 '안성 경동메르빌 아파트'는 81가구 모집에 76가구가 미달됐는데, 전용 84㎡B형은 단 한 사람도 청약에 나서지 않으면서 '청약제로' 상황까지 벌어졌다. 효성이 평택시에 조성하는 '평택 소사벌 효성해링턴 코트'는 전용 84.99㎡A형만 2순위 마감에 성공하고 나머지는 모두 미달됐다.

시장에선 지난해부터 심화된 청약시장 양극화가 분양물량 증가, 대출규제 본격화 등과 맞물리면서 더욱 증폭할 것으로 보고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강남권 재건축 일반분양은 시세차익을 기대한 청약수요가 몰리면서 호조세를 이어갈 전망"이라면서 "다만 상품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단지에 대한 청약자들의 편중 현상은 갈수록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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