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사외이사 '활동시간'은 고무줄? …실제 회의시간과 10배 이상 차이도
은행 사외이사 '활동시간'은 고무줄? …실제 회의시간과 10배 이상 차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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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별 사외이사 평균 활동시간 (자료=각 사 지배구조공시, 서울파이낸스)

"회의·교육시간 외 간담회·안건검토 시간도 활동시간에 포함" 주장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국내 시중은행의 사외이사 '활동시간'이 애매모호함을 포괄하고 있어 '실제 회의시간(총 회의시간)'보다 적게는 3배, 많게는 10배 이상 부풀려진 것으로 의혹을 사고 있다.

이를 두고 사외이사들의 출퇴근시간까지 모두 활동시간에 포함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서울파이낸스가 은행연합회에 등록된 국내 4대 시중은행의 '지배구조공시' 자료를 비교 확인한 결과 KB국민은행은 사외이사 4명이 평균 249.5시간, 신한은행(6명)은 244.8시간, KEB하나은행(5명)은 196시간, 우리은행(5명)은 333.6시간씩 은행의 주요 의사결정을 위한 '활동 시간'으로 할애한 것으로 기록했다.

하지만 실제 이사회 회의 시간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어 소위 사외이사 활동시간에는 크게 못미쳤다.

'지배구조공시'를 보면 국민은행의 경우 이사회와 평가보상위원회, 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리스크관리위원회, 감사위원회 등 5개 위원회의 회의한 시간을 다 더했을 때 지난해 사외이사들은 평균 4317.5분, 약 71.9시간 회의를 벌인 것으로 집계됐다.

사측이 기록한 활동시간의 약 3분의1 수준이다. 국민은행이 사외이사들을 대상으로 벌이는 교육·연수시간(평균 52.5시간)을 더하더라도 124.4시간으로 기록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은행 사외이사들은 지난해 다양한 이슈에 노출됨에 따라 이사회와 이사회운영위원회, 보상위원회, 리스크관리위원회, 감사위원회, 임원후보추천위원회 등 5개 위원회에서 평균 4265분(71시간)간 은행 내 주요 안건을 논의했다.

공시된 활동시간은 실제 회의시간보다 약 4.7배 길었다. 교육시간(24.6시간)까지 포함할 경우 3.49배 수준으로 소폭 축소되지만 그래도 더 많은시간이 기록됐다.

KEB하나은행의 경우 사외이사의 활동시간을 실제 회의시간보다 평균 8배나 길게 기재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총 17일에 걸쳐 이사회와 리스크관리·감사·보수·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었으며, 사외이사들은 평균 1459분간 회의에 참석했다. 시간으로 환산하면 24.31시간. 하루를 간신히 넘겼다.

하나은행의 경우 공시에 감사위원회의 회의시간을 기록하지 않아 전체 회의시간은 불분명하다. 하지만 감사위원회가 연간 8차례에 불과한 데다 다른 은행들도 1시간 이내에서 마무리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외이사의 실제 회의시간은 30시간을 넘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 사외이사들의 교육·연수시간은 지난해 기준 평균 4시간뿐이었다.

신한은행은 기록된 사외이사 활동시간이 실제 회의시간보다 무려 14배나 길었다. 지난해 사외이사들의 평균 회의시간은 1036분(17.3시간)에 그쳤다.

신한은행의 한 사외이사는 181시간 활동한 것으로 공시됐지만 회의에는 10시간 남짓(635분) 참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은행은 이사회별로 구성원이 상이하고, 이사회가 개최되는 날 여러 위원회가 동시에 개최돼 활동시간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측면도 있다.

그럼에도 모든 회의 시간을 더했을 때 1655분(27.6시간)밖에 되지 않아 과도하게 부풀려졌다는 점은 여전히 부인하기 어렵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사외이사들의 활동시간은 임의로 기록되는 경우가 많다"며 "우스개소리로 아침에 일어나 칫솔질을 시작하는 시간부터 활동시간에 포함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사외이사의 활동시간 부풀리기가 이미 만연해 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은행들은 사외이사들이 회의 외에 간담회 등을 통해 안건에 대한 설명을 듣거나, 사외이사끼리 논의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며 이 시간들도 모두 포함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배구조 공시에는 사외이사 활동시간에 회의 시간 외에도 사전간담회와 안건 검토시간, 사외이사만의 회의시간, 교육·연수시간 등이 포함됐다고 알리고 있다.

A은행 관계자는 "한 번의 회의에 앞서 사외이사들에게 자료를 제공하고 검토와 조율하는 시간들이 모두 간담회 시간에 포함된다"며 "이와 관련된 시간을 모두 기록한 뒤 더한 시간이 곧 활동시간"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간담회에 사용한 시간을 기록한 자료는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 역시 "사외이사들이 회의 시작 전후로 간담회를 오래하긴 한다"면서도 "간담회에서부터 이미 티타임 개념이 아닌 실제 회의 수준의 토론이 벌어진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들 은행의 사외이사 회의시간을 시급으로 계산할 경우 신한은행은 평균 339만3400원, 하나은행 202만4455원, 우리은행 97만1800원, 국민은행 86만8600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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