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청년 일자리대책의 근본 문제
[홍승희 칼럼] 청년 일자리대책의 근본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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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홍승희 기자] 최근 대학에서 에니메이션과 영상미디어 관련 강의를 하는 후배로부터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한 지방대학에 출강을 가보니 한 학과 30명의 학생 중 한국인은 한명 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중국학생이어서 놀랐다고 했다. 한국어도 못하는 중국학생들을 상대로 강의를 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그보다는 중국인들이 이제 문화분야에서도 인해전술을 쓰는구나 싶어 등골이 오싹했다고 했다.

말인즉슨 이들 중국인 유학생들이 자국에 돌아가면 죄다 대학 강의에 나선다는 것이다. 그것도 중국 전체가 아니라 절강성 한 지역에서 그 인력이 다 소화될 만큼 지금 중국에서 해당분야 인력수요가 넘쳐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박사학위를 받고도 해당분야에서 시간강사로 여기저기 뛰어다니기 바쁜 현실과 비교자체가 안 되는 그 인력수급 상황을 보며 머잖아 한국의 문화산업은 중국과 경쟁하기 어렵겠다는 절망감이 든다고도 했다.

실상 중국의 에니메이션 분야는 문화대혁명 이전까지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 할 만큼 발전돼 있었다는 게 그 후배의 설명이다. 그렇게 보면 아직도 큰 자본의 투자없이 수공업 상태에서 벗어나기 힘든 한국의 에니메이션이나 최근 기술적으로 조금 앞섰다고 자부하는 여타의 영상미디어 분야가 따라잡히는 것은 삽시간일 것이다.

지금 정부는 절대적으로 부족하기만 한 청년 일자리문제 해결을 위해 4조 원 가량의 추경예산을 편성하겠다는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 돈으로 중소기업 인건비를 끌어올리는 데 중점을 둘 모양이다.

그런다고 대기업에만 몰려드는 구직자들을 중소기업으로 돌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마도 큰 효과를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당장의 임금도 중요하지만 일단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하방 이직은 용이한 반면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의 옮겨가기는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 그러니 무조건 대기업에서 시작해야한다는 강박이 청년들을 사로잡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쨌든 지금의 넘쳐나는 청년실업자들을 어떻게든 일자리로 흡수해야만 한다. 몇백장의 이력서를 보냈다는 구직자 사례를 떠들어 대는 기사도 등장하지만 그건 그저 언론의 호들갑일 뿐이다. 구직자들의 이력서를 받아본 적이 있는 필자로서 그건 장담할 수 있다.

제가 가고자 하는 회사에 이력서를 넣는 게 아니라 뭘 하는 회사인줄도 모른 채 무작위로 모든 구인기업에 이력서를 인터넷으로 흩뿌려놓고 꽤 부지런히 구직활동을 한냥 허풍떠는 구직자들도 분명 적잖다.

취업이 어려운 것은 분명하고 청년실업자가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너무 부풀려진 허풍은 걷고 실체를 보자면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도 모르는 청년실업자들이 상당히 많다. 무조건 남들 다 아는 기업에 들어가자는 생각 이상 뚜렷한 목표가 없는 구직자들의 방황을 단지 돈을 푸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다양한 분야에서 고루 인력수요가 일어나야 하고 그 분야 간 임금격차가 지금보다는 많이 좁혀져야 한다. 그런 산업간 격차부터 해소하면서 새로운 분야, 젊은 층의 관심이 높은 분야의 일자리를 늘리는 데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굴뚝산업으로 한국경제가 경쟁력을 계속 키워나가는 데는 한계가 명확하다. 하드산업보다는 소프트산업 쪽에서 개성을 가진 기업들이 쑥쑥 자라날 토양을 만드는 일이 한국경제의 미래에 희망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소프트산업 쪽에서도 차츰 중국의 인해전술에 밀려날 위기가 커지고 있다. 이미 중국은 동양신화 전반을 자국문화의 자산으로 삼고 물량과 인력을 쏟아 넣고 있다. 우리는 그런 물량작전, 인해전술을 정면에서 맞받아칠 힘이 없다.

그야말로 개성있는 기업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중국의 인프라를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가야만 한다. 그 개성은 이제까지처럼 단지 미국문화의 아류를 지향해서는 키워낼 수 없다. 우리만의 독자적 문화코드를 발굴해내야 가능하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 고유의 문화코드를 발굴하는 데 관심 기울이는 연구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연구영역은 그 어느 곳보다도 강고한 도제시스템이 자리잡은 보수의 보루이기 때문이다.

이래서는 뭘 해야할지도 모르고 방황하는 청년실업자 수를 근본적으로 줄여나갈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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