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미투' 대응 성범죄 예방 고삐
유통가, '미투' 대응 성범죄 예방 고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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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플러스가 자체 제작한 성희롱 예방 교육 영상 캡처. (사진=홈플러스)

백화점·대형마트 여직원 비중 65~70%…희롱·추행 접수시스템 마련하고 중징계

[서울파이낸스 김태희 기자]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Me Too) 운동이 문화계를 넘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여직원 비중이 높은 유통업계의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임직원 중 여성 비중이 65~70%에 이르는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성범죄 예방을 위해 사내 교육을 강화하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인다는 입장이다.

15일 유통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백화점과 대형마트, 홈쇼핑 등 대형 유통업체들은 성범죄 예방을 위한 법정의무교육(연 1회) 외에도 전문상담소나 처리기구를 운영하고 있다.

이마트는 연 2회 성희롱 예방 교육을 실시한다. 이마트 본사는 온라인 강의를 하고, 전국 점포에 대면교육을 도입했다. 피해자의 신원을 보호할 수 있는 신고·접수 기구도 별도로 꾸렸다. 이마트 본사는 일반 사원들로 구성된 '노사협의회(근로자위원회)'가 있으며, 각 점포는 '고충처리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이들은 성문제뿐 아니라 직장생활에서 겪는 어려움도 처리한다. 점포 임직원들이 직접 본사에 접수할 수도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제보된 내용은 사실 확인 후 수사기관의 처벌과 별도로 사내규정에 따른 징계 처분을 내린다"며 "특히 성문제는 직군과 직급에 관계없이 중징계 처리한다"고 말했다. 그는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피해자를 가해자로부터 격리하고, '이케어'(e'care)란 전문가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덧붙였다.

롯데마트 역시 본사와 점포에서 연 2회 성범죄 예방 교육을 실시한다. 현장 점포를 중심으로 분기별 1회 '여성인재 케어면담'과 온라인을 통한 무기명 실태조사도 하고 있다. 특히 전 직원이 윤리 서약서를 작성해 사내 성희롱을 알거나 관련이 있으면 '행복상담실'로 신고할 수 있도록 했다. 성범죄를 저지를 임직원을 면직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까지 도입한 상태다.

홈플러스는 연 1회 성희롱 예방교육과 별도로 사내윤리교육에 관련 내용을 포함시켰다. 올해부터 '성희롱 예방활동 전담 부서'를 신설해 관련 기준을 강화하고 '성희롱 상담위원', '익명소통 채널', '부정부패 신고센터' 등 처리기구 운영현황을 챙긴다.

홈플러스는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성희롱 예방교육을 온라인(e-러닝) 시스템으로 바꿨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형식상 진행하는 법적의무교육의 형태가 아니라, 매장과 본사를 배경으로 웹툰을 직접 제작했다"며 "현장에서 실제 발생할 수 있는 사례들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학습효과를 높였다"고 강조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시각·언어적 성희롱이나 성추행에 대한 견직·정직, 육체적인 추행은 감봉·해직이란 구체적인 징계 기준을 마련했다. 최근엔 피해 신고를 접수할 경우 가해자에게 명시된 것보다 높은 감봉 이상 중징계를 내리겠다고 예고했다.

현대백화점도 정기적으로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한다. 원활한 신고 접수를 위해 계열사별 '성희롱 고충처리위원회'도 운영 중이다. 이 위원회는 남녀공용평등법상 성희롱에 해당되는 폭언과 폭행 시정·예방, 건전한 직장문화 조성 활동을 펼친다. 성범죄가 적발될 경우 중징계 원칙을 세웠다.

롯데백화점은 여성상담원을 배치하고 전용회선(핫라인)을 구축했다. 불필요한 회식은 자제하고, 회식을 하더라도 과음하지 말고, 2차 없이 조기귀가 캠페인도 펼친다. 특히 오후 9시 이후 임직원들 간 술자리를 금지하는 등 불미스러운 사고 차단에 힘을 쏟는다.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CU의 경우 가맹점주 교육에 성희롱 예방을 포함시켰다. CU는 아르바이트생 관리 책자와 성희롱 예방 콘텐츠를 가맹점주에게 배포하고 '존중하고 배려하는 점포 만들기' 교육을 신설했다.

편의점들은 임직원뿐 아니라 가맹점주와 아르바이트생 사이에서의 성희롱 교육을 점포 개설 교육과 함께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고객으로부터 발생한 성희롱과 성추행 대처법과 가이드라인은 미흡해 보인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A씨(24·여)는 "본사에서 배포한 안내 책자가 있지만 성희롱, 성추행과 관련해서는 무의미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편의점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만약 고객으로부터 성희롱에 해당되는 말을 들으면 어떻게 대응할지 모르겠다. 폭력은 CC(폐쇄회로)TV를 통해 입증이 가능하지만, 희롱은 감내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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