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투게더] "로컬푸드는 생산자·소비자 상생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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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3일 오후 경기 김포시 북변동 김포로컬푸드 직매장에서 <서울파이낸스>와 만난 최장수 엘리트농부 대표는 지산지소(地産地消) 원칙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박지민 기자)

최장수 엘리트농부 대표 겸 전국민간로컬푸드연합회 초대회장 인터뷰

[서울파이낸스 박지민 기자] "로컬푸드를 잘 활용하면 농민들이 덜 고생하면서 소득을 높일 수 있어요. 지역경제 상생 모델인 '지산지소(地産地消)'를 실현하기 위해선 장삿속을 내려놔야 하죠."

지난 13일 오후 4시 경기 김포시 북변동 김포로컬푸드 직매장에서 최장수 농업회사법인 엘리트농부 대표를 만났다. 그는 전북 완주군 용진농협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이자 민간 최초로 2012년 11월 문을 연 김포로컬푸드 직매장 설립자 중 한 명이다. 엘리트농부는 현재 김포시 북변동과 고촌읍 현대프리미엄아울렛 김포점 두 곳에서 로컬푸드 직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로컬푸드는 말 그대로 지역 먹거리를 가리킨다. 지역에서 생산한 먹거리를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지산지소가 핵심이다. 먹거리 생산자는 유통 비용을 줄이고 소비자는 더 신선하고 싸게 살 수 있도록 가교 구실을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엘리트농부는 로컬푸드 원칙을 지키면서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이익이 되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올해 초에는 정부로부터 '우수농산물 직거래사업장 인증'을 받았다.

"사실 로컬푸드는 수익성 높은 사업이 아니에요. 10~15% 판매수수료로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죠. 박근혜 정부 때 로컬푸드 육성 붐이 일면서 로컬푸드 직판장이 난립했지만, 결국 내실이 없으면 살아남기 힘들어요."

▲ 경기도 김포시 북변동 김포로컬푸드 본점 내부 전경. 매장에서 판매중인 품목의 90%이상은 김포에서 난 친환경 농산물이다. (사진 = 박지민 기자)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로컬푸드 직매장은 모두 170곳으로 집계됐다. 2013년 32곳에서 4년 사이 138곳이나 늘었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부터 로컬푸드를 늘리기보다 기존 로컬푸드의 내실을 강화하고 자립 능력을 키우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최 대표 역시 기존 로컬푸드가 자생력을 갖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생력을 기르기 위한 방법을 꾸준히 고민하고 있어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을 통해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경기도 내 민간 로컬푸드들이 공공급식용 식자재를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가장 중요한 물류 문제는 경기도에서 책임지는 방식에 대해 협의하고 있어요. 로컬푸드는 수익사업이 아니라 농업정책(농정) 차원에서 다뤄야 하기 때문이죠."

지난해 국민을 공포로 몰았던 살충제 달걀 파동 탓에 친환경이나 유기농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면서 부침을 겪기도 했다. 최 대표는 더 철저한 품질관리에 힘썼다. 소비자들과 신뢰를 굳건히 다지는 '정공법'을 택한 셈이다. 생산자 실명제와 당일생산, 당일판매 원칙도 꾸준히 지키고 있다.

"살충제 달걀 파동이 터지자마자 검사를 실시해 살충제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점을 소비자들에게 적극 알렸어요. 로컬푸드가 쉽지 않음에도 지금까지 지탱할 수 있었던 건 소비자와 신뢰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신뢰가 깨지면 로컬푸드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는 매번 생산 현장에 가서 친환경 농법을 적용했는지를 일일이 눈으로 확인한다. 번거로운 일이지만, 애써 로컬푸드를 찾아주는 소비자들에게 믿을 수 있는 건강한 먹거리를 공급하기 위해서다.

"많지는 않지만 다른 지역 친환경 농산물도 취급하고 있어요. 농협이 아닌 민간 로컬푸드 직매장에선 다양한 농산물을 판매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지금 팔고 있는 한라봉도 직접 제주도 농장을 답사한 뒤 직송을 받은 거예요. 답사 경비만 해도 만만찮아서 다 팔아도 본전빼기가 어려워요."

▲ 생산자 실명제 바코드가 부착된 친환경 상추. 로컬푸드 직판장에서 파는 농산물 가격은 모두 생산자가 결정한다. (사진 = 박지민 기자)

최 대표는 로컬푸드 직매장을 운영하면서 가장 힘든 부분으로 '생산자와 관계 유지'를 꼽았다. 꾸준하고 일관된 거래를 유지하는 게 중요한데, 대부분의 거래 농가가 영세하다보니 고충이 많다.

"올해 4월에 고촌농협에서 로컬푸드 직매장을 열 예정이에요. 농민들은 새로운 직매장이 생기면 그쪽이 더 장사가 잘 될 거 같아 거래처를 바꾸기 십상이죠. 인지상정이라지만 우리에겐 어려움이 많습니다. 또 로컬푸드는 수확과 포장을 모두 생산자가 맡는 방식인데, 일손이 부족하다 보니 힘들어하는 농민이 많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 대표는 로컬푸드 확산을 위해 끝까지 부딪혀볼 작정이다. 로컬푸드를 통해 지역경제가 선순환하고,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이익을 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동안 지역 농민에게 판로는 시장밖에 없었어요. 10상자를 생산해도 시장에 내다 팔아서 남기는 돈은 얼마 없었죠. 로컬푸드를 잘 이용하면 시장에서 10상자 팔아야 벌 수 있는 돈을 3상자만 팔아도 건질 수 있어요. 소비자들은 더 건강하고 신선한 농산물을 먹을 수 있고요"

그는 아직 로컬푸드가 생소한 김포 시민을 중심으로 지산지소 개념을 전파할 계획이다. "생활 속 로컬푸드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로컬푸드 문화가 정착했어요. 기본적으로 로컬푸드를 먹자는 게 일본 국민 마음가짐이죠. 우리나라도 그런 문화가 자리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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