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에 건설현장 '비상'…해빙기 사고 급증
봄바람에 건설현장 '비상'…해빙기 사고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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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빙기에 접어들면서 건설현장 안전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서울의 한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 (사진=이진희 기자)

민주노총 "발주처에도 책임 부여해야"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 지난해 2월 경북 청송군의 하수도설치공사 현장에서 터파기 작업 중 근로자 1명이 연약해진 굴착면의 붕괴로 흘러내린 토석에 맞아 사망했다.

#. 지난 7일엔 경기도 평택의 한 아파트 신축 공사현장에서 근로자 1명이 추락해 사망했다. 건물 26층 외벽에 거푸집을 설치하다 강풍으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되며, 경찰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봄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해빙기(2~4월)에 접어들면서 전국 건설현장에 비상등이 켜졌다. 땅 속 수분이 녹아 지반이 약해지면서 사고 발생 위험이 커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정부와 건설사들의 다짐이 무색하게 최근 타워크레인, 추락 사고가 잇따르면서 안전조치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해빙기 건설현장의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전국 655개 건설현장을 대상으로 안전점검을 실시 중이다.

도로·철도·건축물 등 공사 현장에 총 18개반, 646명의 국토부·지방국토관리청 소속기관, 한국도로공사 산하기관 전문가들을 투입했으며, 점검팀은 오는 24일까지 건축물축대와 인접 구조물의 보호 조치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행정안전부도 안전사고에 대비해 유관기관(경찰·소방·가스)과의 협력체계를 강화하고, 위험 시설물에 대한 표본 안전점검에 들어갔다.

이들 기관이 대대적으로 건설현장 관리에 나선 것은 사고 발생 위험성이 높은 해빙기에 접어들면서 근로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어서다. 겨울에서 봄으로 계절이 바뀌는 시기엔 지반의 동결과 융해가 반복적으로 작용하면서 절개지가 무너지고 시설물이 붕괴할 가능성이 높아, 건설업계에선 신경이 곤두서는 시기로 꼽힌다.

특히 터파기나 대규모 절개지 등 취약 공종을 중심으로 안전수칙 준수 여부, 인접 구조물의 보호 조치 여부 등을 평상시보다 더 집중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

행안부 관계자는 "해빙기엔 토양이 부풀어 오르는 배부름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건설현장에서 사고가 늘어날 확률이 급격하게 높아진다"며 "각 중앙부처, 지자체와 함께 전국 건설현장을 중점적으로 관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안전보건공단 통계를 살펴보면 최근 5년(2013~2017년)간 해빙기(2~4월) 건설현장의 사고성 재해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3년 92명이던 건설현장 사망자 수는 2016년 131명으로 최고점을 찍은 후, 지난해엔 112명을 기록했다. 사고재해자 역시 2013년 4758명에서 지난해 5575명으로, 5년새 1000명 가까이 늘었다.

올해에도 건설현장 사건 소식은 여전하다. 서울 시내 건설현장에서만 4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추락이 32명으로 71%를 차지했고 △협착(4명) △기타(4명) △낙하물(2명) △붕괴(2명) △추돌(1명) 순이었다.

이 때문에 건설·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정부의 발표나 건설사의 안전관리 강화 다짐이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날선 비판도 곳곳에서 나온다. 

특히 포스코건설의 '안전불감증'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올 초 한찬건 포스코건설 사장이 신년사에서 '안전'을 중요시 여겨야 한다는 당부를 했음에도, 올해에만 2건의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올 1월 포스코건설이 시공을 맡은 송도국제도시 내 송도 더샵 센트럴시티 신축 현장에서 근로자 1명이 45층에서 추락사한데 이어 지난 2일엔 부산 해운대 엘시티 A동 공사현장 55층에서 공사장 구조물이 추락해 4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57층에서 유압장치를 관리하던 작업자 1명과 레미콘 기사 3명도 피해를 입었다.

포스코건설은 사고 당일 곧바로 사과문을 통해 "인명사고 발생에 책임을 통감하며, 현장 사고대책반을 설치해 신속한 사고 수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지만, 노동자에게 안전교육을 하지 않은 등 안전관리가 허술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비난은 점차 커지는 모양새다.

이에 곳곳에선 사고가 터진 후 수습하는 '사후 약방문식' 대처가 아닌 발주자의 안전관리 책임부여 등 관련 법·제도 개정을 촉구하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건설공사는 주로 발주처-건설사-하도급업체-건설근로자로 이어지는데,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발주처에도 책임을 부여해 사고를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관계자는 "정부의 온갖 대책에도 수많은 건설 노동자가 숨졌다"며 "노동 중심의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하고, 건설현장 재해 발생 시 원청·발주처 처벌 강화, 중대 재해 기업 처벌법 통과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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