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특정금전신탁'에 돈 몰린다…중위험·중수익 상품수요↑
은행 '특정금전신탁'에 돈 몰린다…중위험·중수익 상품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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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종합자산 관리' 기능 활성화 위한 제도적 지원 필요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저금리·저성장 장기화에 따라 중위험·중수익 상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은행권 특정금전신탁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신탁 본연의 장기 종합자산 관리 기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나 금융당국은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5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기준 국내 은행의 금전신탁 수탁고는 198조6088억원에 이른다. 2016년말 185조6491억원과 비교하면 9개월만에 12조9597억원(6.98%)이나 늘었다.

이 중 102조6553억원(51.69%)는 특정금전신탁(MMT,Money Market Trust), 주가지수연계신탁(ELT, Equity Linked Trust) 등 단기자금을 운용하는 상품에 집중됐다.

이는 은행권이 최근 자산이전, 양육비 지원, 반려동물 양육, 기부 등 사회적으로 관심이 많은 분야에 대응한 신탁상품을 연이어 출시한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 은행권 '특정금전신탁' 상품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사진=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KB국민은행은 반려동물의 양육자금을 지급하는 '펫신탁상품'을 출시했다. 고객이 미리 반려동물 양육자금을 맡기면 사후 새로운 양육자에게 양육비를 지급하는 구조다. 반려동물 입양과 의료비를 위한 자금 일부 인출 기능도 더했다.

자녀나 손주, 조카 등을 수혜자로 설정해 대학 입학·결혼 등 이벤트가 있을 때 은행이 용돈이나 자금을 지급하는 '금지옥엽신탁' 상품도 있다.

KEB하나은행은 이혼 등으로 인한 한부모가정의 실질적인 보호장치를 제공하는 '양육비 지원신탁' 상품을 내놨다. 이 상품은 양육비 지급 의무자가 전 배우자를 불신하는 것에 착안해 미성년 자녀에게 매달 일정금액이 직접 지급되도록 설계했다.

우리은행은 기부자가 가입금액의 50%는 기부하고 50%는 연금으로 수령하는 '우리나눔신탁'을 내놨다.

금융위원회도 올해 초 특화신탁회사(유언대용신탁, PET 신탁) 출현이 활발해 질 수 있도록 별도 법적 기준을 마련해 1분기 중 세부 항목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경우 특화된 신탁 전문법인이 진입해 시장참여자가 증가하는 등 양적·질적 성장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신탁 본연의 종합자산관리 역할을 수행하는데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신탁은 원래 위탁자의 다양한 재산을 수탁자가 운용·관리·보관하는 재산관리기구인데 국내 신탁은 금융상품과 동일한 기능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경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신탁업자가 장기적인 맞춤형 자산 관리 목적으로 관리·운용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신탁재산의 공동기금 운용, 세제혜택, 홍보 규제 완화 등을 허용하는 등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수탁재산 범위의 확대와 종합재산신탁 업무처리 기준이 명확히 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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