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CEO, '재무통' 전성시대…위기관리 능력 부각
건설업계 CEO, '재무통' 전성시대…위기관리 능력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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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이영호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 박동욱 현대건설 사장, 이영훈 포스코건설 사장, 김대철 HDC현대산업개발 사장.(사진=각사)

영업환경 악화에 엔지니어 출신보다 우선 순위

[서울파이낸스 나민수 기자] 대형건설사들의 최고경영자(CEO) 인사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통상 건설사 CEO는 엔지니어 출신이 강세였지만 최근 '50대'로 젊고 숫자에 강한 '재무통'들이 수장자리를 속속 꿰차고 있다.

저성장과 업황 악화가 장기화되면서 수주의 양보다는 리스크 관리 능력이 우선 순위로 부각된 탓이다. 이에 경영 전면에 나서는 신임 CEO들은 올해 공격적 수주를 통한 외형 확대보다는 내실 다지기나 조직 구조조정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2일 업계에 따르면 10대 건설사(2017년 시공능력평가 기준) 중 사장급 CEO에 새 인물이 임명된 곳은 삼성물산,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현대산업개발 등이다. 이들 4곳의 신임 CEO들은 대학에서 상경계통을 전공했고 입사해서는 재무 파트에서 잔뼈가 굵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영호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은 1959년생으로 서울 숭문고,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5년 삼성SDI의 전신인 삼성전관에 입사했다. 삼성SDI 경영관리 및 감사담당, 삼성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장 등 스탭부문을 두루 경험한 재무 전문가다. 최치훈 전 사장과 함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현대건설도 재무통인 박동욱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 기용했다. 박 사장은 1962년생으로 서강대 경영학과를 나와 1988년 현대건설에 입사했다. 1999년 현대차그룹으로 옮겨 현대차 재무관리실장 등을 거져 2011년 4월 현대건설 재경본부장으로 복귀, 2012년에 부사장급으로 승진했다. 지난해 재건축 시장 최대어였던 서울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수주에 1등 공신으로 꼽힌다.

포스코건설은 이영훈 전 포스코켐텍 사장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다. 1959년생인 이영훈 사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 영국 런던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5년 포스코에 입사해 포스코 경영전략담당 전무 등을 역임한 후 2013년 포스코건설 경영기획본부장(CFO), 포스코 재무투자본부장(부사장) 등을 지내는 등 30여 년간 포스코그룹에서 기획·재무통으로 인정받아 왔다.

5월 지주회사 출범을 앞둔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12월 신임 총괄 사장으로 김대철 경영관리부문 사장을 선임했다. 1958년생인 김대철 사장은 서라벌고,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현대자동차 국제금융팀장, 현대산업개발 기획실장, HDC 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 등을 역임했다.

사장 인사가 단행되지 않은 나머지 건설사들의 CEO들의 면면을 살펴봐도 50대 재무통이 주를 이룬다. 최근 매각이 불발된 대우건설의 경우 지난해 8월 송문선 CFO를 사장으로 선임했다. 송 사장은 KDB산업은행에 입행해 투자금융·기업금융부문 부행장과 경영관리부문 부행장 등을 지냈다.

이외에도 임병용 GS건설 사장과 조기행 SK건설 부회장도 50대 재무통으로 분류된다. 1962년생인 임 사장은 검사(수원지검) 출신이라는 이색 경력을 갖고 있으며 LG구조조정본부 및 LG텔레콤 마케팅실장을 거쳐 2012년 GS건설 사장으로 취임했다. 1959년생인 조 부회장의 경우 SK건설을 흑자전환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최근 인사에서 유임됐다. 하석주 롯데건설 사장(61)도 롯데건설의 주택사업본부장과 경영지원본부장을 지낸 재무통 출신이다.

현재 10대 건설사에서 엔지니어 출신 CEO는 강영국 대림산업 사장(58), 성상록 현대엔지니어링 사장(64) 사장 둘 뿐이다.

이처럼 재무 출신 CEO가 경영 전반에 나선 배경에는 갈수록 영업환경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대출규제가 강화되고 해외수주 감소,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축소 등으로 건설경기가 위축되는 현재 상황에서는 현장 경험보다는 회사 수익을 안정적으로 창출하고 위험 관리할 수 있는 '재무통' 출신 수장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다만, 재무 전문가들이 경영 전면에 포진한 만큼 공격적 수주 보다는 경영 효율성 개선 등 내실 다지기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비용을 절감해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인력 및 사업 구조조정 등이 수반될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건축 등 현장을 경험하지 않고서는 건설사 CEO에 오를 수 없었지만 현재는 회사 전체를 관리하고 중요 의사 결정을 내리려면 현장 경험보다는 조감도적 경영 능력이 필요하다"며 "그만큼 최근 건설업계가 처한 영업환경이 녹록치 않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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