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임상중단+올빼미 공시에 주가 성장판 '뚝'
한미약품, 임상중단+올빼미 공시에 주가 성장판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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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새간 11%↓…과거 '늑장공시' 선례 더해져 투심 위축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한미약품의 주가가 지지부진한 국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술수출한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시험이 중단된 것과 이를 공시한 시점이 논란이 되며 주가 발목을 잡고 있다. 제때 공시했다는 회사 측의 해명에도 투자자들의 불신은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전장 대비 1000원(0.21%) 오른 48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 내내 약세를 지속한 뒤 막판 상승 반전하며 사흘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5거래일간 11.3%의 낙폭을 보이며 40만원선에 머물렀다. 이에 시가총액 역시 약 6300억 원 감소했다.

▲ 한미약품의 최근 주가 추이(차트=네이버)

한미약품의 주가가 고꾸라진 데는 기관의 집중 매도가 영향을 미쳤다. 기관이 19일부터 이날까지 순매도한 한미약품의 주식은 약 570조원에 달한다. 이는 기관이 주식시장에서 팔아치운 종목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주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은 임상 중단이다. 한미약품은 지난 14일 공시를 통해 글로벌 제약사인 일라이릴리에 기술수출한 신약 후보 물질 'HM71224'(BTK저해제)의 임상2상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HM71224는 지난 2015년 3월 릴리에게 초기 계약금 5000만 달러를 포함, 최대 기술이전료 6억9000만 달러 규모로 기술수출한 물질이다.

하지만 임상 중단이라는 공시 내용보다 공시 시점이 투자자들로부터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한미약품이 설 연휴 전날 장 마감 후 임상 중단 사실을 알리면서 이른바 '올빼미 공시'를 했다는 것. 올빼미 공시는 주가 하락 요인이 되는 악재성 내용을 장 마감 후나 주말, 연휴 직전 공시하는 것을 말한다.

투자자들이 한미약품의 올빼미 공시 의혹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회사가 지난 2016년에도 1조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 해지 소식을 늑장공시해 주식시장에 파문을 불러온 선례를 남겼기 때문이다.

당시 한미약품은 장 마감 이후 미국 제넨텍과의 기술수출계약 성사 소식을 자율공시를 통해 알렸다. 하지만 당일 오후 7시께 전해진 독일 베링거인겔하임과의 계약파기 소식에는 침묵한 뒤, 다음날 개장 이후인 오전 9시29분에서야 이를 공시했다. 이에 주가는 삽시간에 반 토막 난 것은 물론, 여타 제약·바이오주에 대한 투자심리를 급격히 악화시켰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14일 정오쯤 일라이릴리로부터 임상실험 중단 소식을 들었고, 보도자료 등 제반 사항을 빠르게 준비한 뒤 빠르게 공시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파장은 좀처럼 걷히지 않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미약품의 이번 공시 논란이 어느 정도의 해프닝에 그쳤을 수도 있었지만, 이전 나쁜 선례를 남긴 전력이 있기에, 투자자들의 불안감과 의심의 눈초리는 사그라들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약품이 공시 논란에 지지부진한 국면이 지속되고 있지만, 단기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있다. 회사만의 다양한 긍정 모멘텀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진흥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이슈가 계약 취소가 아닌 적응증 변경이라는 점에서 주가 하락은 과도하다"며 "BTK저해제 외에도 올해는 다양한 파이프라인 모멘텀이 대기 중에 있어 현 주가는 매수해 볼 만한 구간"이라고 판단했다.

진 연구원은 "한미약품의 계약이 반환된 2016년과 달리 현재는 파이프라인도 더욱 풍부해지고 마일스톤도 많은 진전을 보였기 떄문에 투자심리가 위축될 필요는 없다"며 "향후 추가적인 임상결과나 기술수출에 따라 목표주가 상향의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서근희 KB증권 연구원도 "한미약품의 다른 적응증에 대해 임상이 재개되면 새로운 가치가 더해질 수 있다"면서도 "올해는 'HM71224' 외의 신약에 대해서 임상 개시 및 완료, 결과 발표 등 좋은 모멘텀이 유효하기 때문에 주가 상승 여력은 여전히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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