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常' 철강업계…피해 규모 따라 '온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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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세아제강

강관업계, 美 시장 비중 커 최악의 경우 문 닫아야 할 판
대형사, 큰 피해 없지만 보호무역주의 기조 확대에 '촉각'

[서울파이낸스 박윤호 기자] 미국 상무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한국 등 12개국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무역확장법 232조'를 제안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 철강업계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미국 수출 비중이 큰 강관업체의 경우 당장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대형사 역시 일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16일(현지 시간)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한국을 포함한 주요 철강 수입국에 높은 관세 부과를 권고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한국을 비롯한 브라질·중국·코스타리카·이집트·인도·말레이시아·러시아·남아공·태국·터키·베트남 등 12개 국가에 대해 53% 관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특정 수입품이 국가 안보에 문제가 된다고 판단되면 강력한 무역 조치를 할 수 있는 제도로,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4월 11~19일까지 해당 제안에 대한 확답을 내놓아야 한다.

미국은 현재 한국을 대상으로 총 40건의 수입규제를 실시하고 있고, 이 중 28건에 달하는 규제가 철강·금속에 집중돼 있다. 이는 한국산 철강 제품이 정부 보조금과 초과 생산으로 낮은 단가로 자국에 덤핑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상황에 추가 과세하는 제안이 공개되면서 철강사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대미 수출 주요 품목으로는 열연강판과 냉연강판으로, 대형 철강사와 강관업체 모두가 취급하고 있다.

열연강판은 뜨거운 상태에서 생산된 건축 제품이나 파이프용의 철강재를 말하며, 열연강판을 상온에서 한 번 더 가공한 철판이 냉연강판이 된다. 냉연강판은 주로 자동차나 전자제품 등 내구 소비재에 사용된다.

지난해 국내 철강사의 대미 철강 수출 물량은 총 354만2527톤으로 수출액은 2억6000만 달러(약 3조5000억원)이다. 이는 대미 수출국 중 3위에 해당한다. 특히, 이 중 열연강판과 강관의 물량은 약 194만톤으로 상당수 비중을 차지한다.

이에 따라 강관업체는 비상이 걸렸다. 현재 강관업체의 경우 대미 수출 비중이 커 무역확장법 232조가 발동되면 영업이 불가능할 만큼 손실이 크다고 예상된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넥스틸의 유정용 강관에 46.37% 반덤핑 관세 부과 예비판정을 내렸다. 휴스틸과 세아제강엔 19.68%, 6.66%씩을 책정했다. 따라서 이번 제안이 확정되면 이들의 관세율만 각각 99.37%, 72.68%, 59.66%가 된다.

세아제강 관계자는 "지난 2016년 기준 대미 수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20%를 차지했다"며 "53%의 추가 관세가 확정되면 피해가 너무 크다"고 말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전기용접유정용강관은 약 42만톤이던 대미 수출 비중이 지난해 93만톤으로 121% 급증했다. 이 기간 전기용접송유관도 약 35만톤에서 54만톤으로 54% 크게 늘었다. 따라서 세아제강의 대미 수출 비중도 크게 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휴스틸과 넥스틸 역시 미국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 손실이 클 것으로 보인다. 대미 수출 비중의 경우 휴스틸은 52%, 넥스틸은 80% 수준으로 알려졌다.

다만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빅3' 철강사는 이번 조치에 대해서 직접적인 매출 영향은 미비하다는 의견이다. 현대제철의 경우 일부 강관을 취급하고 있지만, 비중이 크지 않고, 포스코는 열연, 냉연, 후판 등에 집중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대형 철강사 관계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확정할 수 없지만, 대형사의 경우 대미 수출 비중이 전체에서 3~5% 수준에 불과하다"며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와 같은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어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 정부는 지난 20일 철강 제품의 고율관세 부과 등 미국의 통상 압박 움직임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천명하면서 국제무역기구(WTO) 제소 등 대응조치를 과감하게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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