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위스, 11.2조 규모 통화스와프 계약 공식 서명
한국·스위스, 11.2조 규모 통화스와프 계약 공식 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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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20일(현지시각) 우리나라가 스위스와 통화 스와프 계약서에 공식 서명함으로써 6대 기축통화국 중 2곳과 통화스와프(currency swap)를 체결했다. 국가 간 통화스와프는 외환위기 등 비상시 각국 통화를 서로 교환하는 계약으로, 자금유출에 대비한 '안전판' 역할을 한층 강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은행은 이날 이주열 한은 총재가 스위스 취리히 소재 스위스중앙은행(SNB)에서 토마스 조던 스위스중앙은행 총재와 한국-스위스 통화스와프 계약서에 각각 서명했다고 밝혔다. 계약금액은 100억스위스 프랑(106억달러·약 11조2000억원)이다. 이번 통화스와프 계약은 오는 3월1일 발효돼 2021년 3월1일까지 총 3년간 유지된다. 만기도래 시 양자간 협의를 거쳐 연장할 수 있다. 

이 총재는 서명식에서 "오랜 기간 동안 지속돼 온 양국 중앙은행간 우의와 협력이 통화스왑계약 체결이라는 큰 성과로 이어졌다"며 "이를 계기로 경제·금융·사회․문화 등 많은 분야에서 협력이 한층 강화되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이에 토머스 조던 총재는 "국제금융협력·금융안전망 구축의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는 스와프계약 체결로 두 나라의 중앙은행간 금융협력과 우호관계가 더 증진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화답했다.

통화스와프는 외환이 부족할 때 자국 통화를 맡기고 상대국 통화를 빌려오는 제도로 외환위기 등이 발생했을 때 안전판 역할을 한다. 한국이 6대 기축통화국과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은 것은 지난해 11월 캐나다에 이어 두번째이다. 미국 달러화, 유로화, 영국 파운드화, 스위스 프랑화, 일본 엔화, 캐나다 달러화가 6개 기축통화에 해당한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현재 약 1300억달러 상당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다. 양자간 계약은 이번 스위스(106억달러)를 포함해 중국 560억달러, 인도네시아 100억달러, 호주 77억달러, 말레이시아 47억달러 등이다. 역내 금융안전망인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M)를 통한 다자간 통화스와프는 384억달러 규모다. 캐나다와는 한도와 만기를 설정하지 않았다.

한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달 외환보유액은 3957억5000만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외환보유액은 긴급 사태 발생으로 해외에서 외화를 빌리지 못해 대외결제가 어려워질 경우를 대비하는 국가의 비상자금을 뜻한다. 여기에 제2선 외환보유액 역할을 하는 통화스와프 체결 금액(약 1300억달러)까지 더하면 약 5257억5000만 달러의 안전판을 확보한 셈이다. 

그렇다면 한은이 각국 중앙은행들과 적극적으로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으려는 주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연말 송년간담회에서 이 총재는 캐나다와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것을 가장 값진 성과로 꼽았다. 올해 신년 기자간담회에서도 마찬가지. 지난해 한은의 여러가지 정책 중에서도 중국과 통화스와프를 연장하고 캐나다와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것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당시 이 총재는 "혹시라도 국내에 불안요인이 있으면 바로 가져다 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통화스왑 체결이 실물경제에 당장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같은 이 총재의 발언은 내외 금리차 역전 또는 글로벌 유동성 축소에 따른 자본 유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외 의존도가 높아 자본 유출 가능성을 특히 경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올해는 북핵 이슈, 내외 금리 차 문제, 미국의 통상압력 등 외환유출 요인들이 곳곳에 산재하고 있다. 

무엇보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약 20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받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 등을 실행하게 된 외환위기는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뿌리깊은 트라우마로 남아있다는 지적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서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는 과거 외환위기를 겪으며 외화유출로 인한 깊은 트라우마를 갖고 있고, 그 당시 외환실무자로 있었던 담당자들이 현재 통화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위치로 올라가 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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