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수 "MB측 다스 소송비용 대납 요구" 자수서 제출
이학수 "MB측 다스 소송비용 대납 요구" 자수서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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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백준 요청, 이건희 승인…묵시적 청탁?

[서울파이낸스 온라인속보팀]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이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의 요청에 따라 다스의 미국 소송비용을 대납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건희 회장의 사면에 대한 대가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다스는 이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라는 의혹이 제기된 자동차 부품업체다.

18일 검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전 부회장은 지난 15일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2009년 다스 소송비 대납이 청와대 요청으로 이뤄졌고, 결정 과정에서 이건희 회장의 승인이 있었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제출했다.

이 전 부회장은 자수서에서 김백준 당시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대납을 요청했으며, 이 내용을 이 회장에게 보고해 승인을 받았다고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부회장은 이후 삼성전자가 미국 대형 로펌 '에이킨검프'에 다스가 지불해야 할 소송비용 약 370만 달러(한화 약 45억원 상당)를 대신 지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스는 2000년대 초반부터 BBK투자자문 전 대표 김경준씨를 상대로 BBK 투자금 140억원을 돌려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미국에서 수차례 진행했으나 별다른 소득을 거두지 못했다. 이후 다스는 이 전 대통령 재임 기간인 2009년 삼성전자를 주요 고객으로 둔 로펌 에이킨검프를 새로 선임했고, 2년만인 2011년 김씨로부터 140억원을 돌려받았다.

이 전 부회장은 또 청와대와 대납 논의 과정에서 이건희 회장의 특별사면과 관련한 언급도 있었으며, 삼성 측도 사면을 기대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삼성이 이 회장 사면에 관한 '묵시적 청탁'을 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검찰은 청와대 요청에 따라 다스가 낼 돈을 대납하게 한 행위가 뇌물 수수 및 공여에 해당한다는 판단과 함께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 뇌물 혐의는 부정한 청탁 여부와 관계없이 직무에 관해 금품을 받으면 그 자체로 성립한다. 제3자 뇌물의 경우 부정한 청탁을 필요로 한다.

검찰은 이 전 부회장의 진술과 자수서를 토대로 삼성의 소송비 대납 과정에 이 전 대통령이 지시·관여했거나 보고를 받았는지 등 구체적인 경위를 규명할 방침이다. 또 그해 연말 이뤄진 이 회장의 특별사면 과정도 들여다볼 전망이다.

삼성이 2009년 10월 에이킨검프에 소송비를 마지막으로 대납한 지 두 달 뒤인 12월 31일 이건희 회장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서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활동을 명분으로 특별사면됐는데, 이 회장 한 명을 대상으로 한 이른바 '원 포인트 사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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