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3월23일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내부 모습. 손님이 거의 없어 한산하다. (사진=김태희 기자)

인천공항 T1 사업장 3곳 철수 요청…관세청 "월드타워점 특허권 취소 검토"

[서울파이낸스 김태희 기자] 롯데그룹의 핵심사업 중 하나이자 국내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이 위기에 처했다. 신동빈 회장이 뇌물공여죄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수감됐기 때문이다.

13일 신 회장의 법정구속이 결정되자마자 관세청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에 대한 특허권 취소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면세점 업계에선 특허권 취소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약 1500명에 달하는 직원들의 '생존 문제'가 걸려있어서다. 관세청이 법령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신 회장과 롯데면세점은 한 배를 탄 셈이다. 2015년 재승인 심사에서 롯데면세점은 월드타워점 특허권을 다른 사업자에게 빼앗겼다. 월드타워점은 이듬해 6월30일 폐점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신 회장이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후원한 것이 '묵시적 청탁'이 됐다.

재판부는 "월드타워점 특허권 취득은 롯데그룹의 현안이었다. 신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이 롯데에 유리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 기대를 하고, K스포츠재단에 후원을 결정한 것으로 충분히 인정된다"고 결론지었다. 결국 신 회장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으로 인해 구속됐다.

문제는 관세청에 남아있다. 발단은 2016년 12월로 되돌아간다. 당시 '최순실 게이트'가 수면 위에 떠오르면서 정치권과 일부 시민단체는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 심사를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관세청은 "특허심사를 중단할 법적 근거가 없다. 검찰 조사 결과 해당 사업자의 문제가 드러나면 특허를 취소할 방침"이라며 특허심사를 강행했다. 심사 결과 롯데면세점은 월드타워점 특허권을 되찾았다. 월드타워점은 이듬해 1월 다시 문을 열었다.

면세점 업계는 관세청을 주목하고 있다. 관세청은 신속하게 법리검토를 거쳐 특허 취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관세법 제178조 제2항 제1호에 따르면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특허를 받은 경우 세관장은 특허를 취소해야 한다. 관세청은 판결 내용을 분석해 위법 정도를 확인하고 전문가의 법리검토를 거치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청 발표는 부정한 방법에 대한 법령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결국 관세청은 신 회장이 뇌물공여죄와 행정은 별개라고 선을 긋고 싶을 것"이라며 "최악의 경우 2016년 12월 열린 특허 심사에 윗선이 개입했는지 감사원이 따져야 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관세청 감사 결과, 2015년 열린 면세점 특허 심사에서 부당·부정행위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관세청 실무 직원의 수치기입 실수일 뿐, 윗선 개입 여부는 밝혀내지 못했다.

고용문제도 연결돼 있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직원은 1500여명이다. 이 중 롯데면세점 소속은 150여명뿐이고, 브랜드 파견이 1000여명, 나머지는 용역업체 소속이다. 이들은 지난 2016년 특허권 박탈 당시에도 생존권 보장을 외쳤다. 정부가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기업이 나서서 고용승계를 보장하지 않는 한 하루아침에 일터를 잃게 된다.

이와 별개로 롯데면세점은 13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일부 사업장을 철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재 보유한 4개 사업권 중 주류·담배 사업권을 제외한 △향수·화장품 △패션·피혁 △탑승동 사업권을 반납한다는 것이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부터 인천공항공사와 임대료 협상을 벌여왔다. 3기(2015년9월~2020년8월) 운영기간 임대료가 총 4조1412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롯데면세점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인천공항공사를 신고했지만 결국 임대료 인하는 불발됐다.

롯데면세점의 지난해 매출액은 6조598억원이다. 인천공항점과 월드타워점의 매출액은 각각 1조1209억원, 5721억원. 전체 매출의 27.9%에 달한다. 인천공항점의 경우 적자 상태여서 철수해도 큰 타격이 없겠지만 월드타워점 특허권까지 잃으면 사업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관세청 결정을 쉬이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이번 결과에 따라 면세 업계 지각 변동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