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전수영 기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당선된 이후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우며 교역상대국을 압박했다. 특정 품목에 대해 관세를 높여 부과하려 하면서 현재 심각한 무역 마찰을 빚고 있다. 또한 외국 기업에게는 미국 내 공장을 설립할 것을, 자국 기업에는 해외에 있는 공장을 국내로 이전할 것을 강요했다. 이에 삼성전자 4300억원을, LG전자는 2800억원을 투자해 미국에 공장을 설립했다.  막무가내로 보일 수 있지만 보복을 두려워한 기업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지난 13일 군산공장을 폐쇄하겠다는 한국지엠의 금융지원 요청도 트럼프 대통령식 억지로 보인다. 일견 저조한 가동률을 보이고 있는 공장을 폐쇄한다는 타당성 있는 근거를 제시하고 있지만 속내는 우리 정부를 압박해 금융지원을 받겠다는 속셈인 것으로 보인다. 계약직을 포함해 2000여 명에 이르는 노동자들이 직장을 잃을 판이다. 경기 침체로 새로운 직장을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에 이들은 생존에 위협을 받는 위기에 몰리게 된 것이다. 현대중공업 조선소마저 이미 폐쇄되면서 지역경제가 최악의 길을 걷고 있는 군산시로서도 한국지엠의 군산공장 폐쇄는 시 재정에 막대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지엠은 이를 노린 것일지도 모른다. 생존권과 시의 재정에 압박을 가해 노동자와 군산시를 앞세워 우리 정부에 금융지원을 받아내려는 의도 있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지엠측은 부정할지 모르지만 전형적인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으로 보인다.

한국지엠 부실의 책임은 전적으로 한국지엠에게 있다.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이에 대한 제대로 된 대응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또한 경쟁사가 지속적으로 신차를 출시하는 걸 보면서도 대항마를 내놓지 못하며 시장점유율을 잃어갔다. 경영진의 책임이 가장 크다.

이미 제네럴모터스(GM)은 전 세계 시장 곳곳에서 철수한 사례가 있다. 이는 한국에서도 언제든 철수할 수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정부는 고민할 수밖에 없다. 만약 정부가 결단을 내리지 않을 경우 한국지엠은 부평공장 근로시간 단축, 감원 등의 카드를 꺼낼지 모른다.

그렇다고 정부가 국민의 혈세를 무조건 투입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금융지원을 결정하기 전에 우선 한국지엠이 내부에 쌓여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의지를 확인해야 하고 여기에 자금이 투입되더라도 한국지엠이 국내 시장에서 부활할 수 있을지를 면밀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이미 여러 번의 실패를 경험한 정부이기 때문에 한국지엠의 트럼프식 겁박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