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징역 2년6개월 선고 받고 법정구속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침통한 표정을 지으며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순실 재판 1심서 징역 2년6개월 추징금 70억원 선고
K스포츠재단 70억원 출연 '대가성' 있어 뇌물공여 성립

[서울파이낸스 김태희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관련 재판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불과 일주일 전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고 풀려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대조적이다.

보통 법정구속은 불구속기소 상태였던 피고인이 수사과정에서 확인된 혐의 사실을 극구 부인하거나 새로운 범죄사실이 밝혀졌을 때 이뤄진다. 신 회장은 지금까지 뇌물공여 혐의를 철저하게 부인해왔다. 하지만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진술이 신 회장의 운명을 갈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13일 뇌물공여 혐의 선고공판에서 신 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 추징금 70억원을 선고했다. 2016년 3월14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신 회장이 단독면담을 하면서 부정청탁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2016년 3월11일 신 회장은 안 전 수석과 오찬을 하고, 나흘 뒤 박 전 대통령을 독대했다. 독대 직후 신 회장은 고(故)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을 만났다. 이 부회장은 실무를 맡았던 이석환 상무에게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사업제안이 들어올 테니 잘 챙기라'고 지시하며 K스포츠재단 관계자 이름과 연락처를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롯데그룹은 '5대 거점 계획안(경기 하남시 복합체육시설 건립)'이란 명목으로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출연한다. 이게 탈이 났다. 70억원 출연은 신 회장의 법정구속으로 이어졌다.

재판부는 "K스포츠재단 관계자가 가져온 사업계획서가 매우 허술했음에도 불구하고 롯데가 70억원을 지원한 것은 박 전 대통령의 압박이 있었던 것으로 본다. 실제로 K스포츠재단에 추가 출연한 것은 롯데밖에 없다"고 밝혔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이 신 회장에게 K스포츠재단 출연을 얘기 하지 않았더라면 이 부회장이 K스포츠재단 관계자의 연락처를 알 방법이 없었을 것"이라며 "결국 최씨가 박 전 대통령에게, 다시 박 전 대통령이 신 회장에게 자금 지원을 요청한 걸로 볼 수밖에 없다"고 판시했다.

최 씨와 박 전 대통령의 협박에 롯데그룹이 출연을 하게 된 것은 여느 대기업들과 동일하다. 회장의 뇌물공여가 성립되려면 출연에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가 가려져야 한다. 결국 안 전 수석의 진술이 결정적 증거가 됐다.

안 전 수석은 2016년 3월11일 신 회장과 오찬 자리에서 롯데면세점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고 진술했다. 폐점 처지에 빠진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직원들에 대한 고용 문제가 화두였다.

이후 안 전 수석은 신 회장과 나눈 이야기를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밝혔다. 반면 신 회장은 해당 오찬에서 면세점 관련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안 전 수석이 거짓말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으며, 이후 상황을 토대로 안 전 수석 손을 들어줬다.

당시 롯데그룹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권을 다른 사업자에게 빼앗긴 상태였다. 월드타워점의 연매출은 약 6000억원 수준이다. 게다가 롯데그룹의 거점 중 한 곳인 서울 송파구 잠실에 있는 중요한 사업장이다. 롯데그룹 입장에서 월드타워점 특허권은 반드시 되찾아야 할 상황이었던 셈이다.

다만 롯데그룹이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출연한 부분에 대한 직권 남용과 범행 공모에 대해 안 전 수석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안 전 수석이 박 전 대통령에게 롯데의 추가 지원에 대해 적절하지 않다고 건의했다는 이유에서다. 안 전수석이 최 씨나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하려 했다면 이런 건의는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그러나 한 가지 짚을 점이 있다. 2016년 6월(롯데그룹 출연 2개월 뒤) 검찰이 경영비리 의혹으로 롯데그룹을 압수수색하기 때문이다.

K스포츠재단은 롯데그룹이 출연한 70억원을 검찰 압수수색 직전 돌려준다. 이를 두고 재계에선 윗선과 연결된 K스포츠재단이 검찰의 압수수색 일정을 미리 알았다는 얘기가 떠돌았다. 같은 맥락에서 안 전 수석이 어떤 이유로 롯데그룹의 추가 출연이 적절하지 않다고 박 전 대통령에게 건의했는지 확인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롯데그룹은 1심 재판부의 징역형 선고와 신 회장의 법정구속에 큰 충격을 받았다. 신 회장이 지난해 12월 경영 비리 혐의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고 한숨을 돌린 뒤, '뉴롯데'로 환골탈태하겠다고 약속한 터여서 충격과 공포에 빠진 분위기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선고에 참담한 심정이다.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결과는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 판결문을 확인하는 대로 변호인과 협의해 항소심 절차를 밟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총수 부재에 대해선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해 임직원, 고객, 주주 등 이해관계자를 안심시킬 계획이다. 당장 차질이 있을 평창동계올림픽은 대한스키협회 수석 부회장을 중심으로 시급한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대한스키협회장을 맡아, 그동안 평창올림픽 성공을 위해 힘을 쏟았다.

법정구속 상태인 신 회장을 대신할 전문경영인으론 황각규 롯데지주 공동대표(부회장)가 첫손에 꼽힌다. 황 부회장은 1990년부터 신 회장과 호흡을 맞춰오며 롯데그룹 '2인자'로 떠오른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