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종의 세상보기] 타르투 맥주와 은행 실적 잔치
[김무종의 세상보기] 타르투 맥주와 은행 실적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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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발트해 연안에 면해 핀란드와 접하고 있는 에스토니아. 이번 평창올림픽에도 참가한 국가로 태어나면 전자 신분증부터 주는 등 디지털 수준이 앞서 있다.

에스토니아에는 수도 탈린이 있지만 문화중심지는 타르투이다. 18세기 타르투에서는 맥주 제조와 관련해 양조 특권을 가진 기존 길드와 그렇지 못한 소규모 길드간의 다툼이 있었다. 1782년 고등법원이 양쪽 모두에게 특권을 인정하지 않고 아예 새 기관에 독점권을 부여한다.

대신 협동조합 형식인 새 기관의 조합원 자격으로 사망한 길드 조합원의 아내와 자녀, 아무 잘못 없이 빈민이 된 길드 조합원을 포함해 빈민구제에 적극 나섰다. 이후 빈민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은행은 인허가 사업이다. 아무나 할 수 없다. 인터넷 전문은행만 하더라도 수천억원의 자본금이 필요했다. 지난해 기존의 주요 은행들은 지주 회사 창립 이래 등 최대 실적을 냈다고 한다. KB·신한·농협·BNK 등 5개 금융지주와 우리·기업 등 2개 은행이 지난해 한해 동안 거둬들인 당기순이익만 12조5501억원이다.

대부분 예대 마진 차이로 이익을 냈다. 예금 이자는 천천히 올리면서 대출 이자는 빨리 올렸다는 지적도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현재 경제의 가장 큰 부담중 하나라 할 수 있는 가계 대출 추이만 보더라도 은행권의 실적 잔치 배경을 가늠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가계대출증가율이 관리 수준(8%) 내 있다고 하지만 절대치로는 위험 수준이다. 올 1월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만 769조5000억원이다.

행여 시장이 불안해지고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 한계치에 있는 금융 소비자들의 어려움 가중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요즈음 ‘포용적 금융’, ‘따뜻한 금융’ 등의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올해 몇 차례의 금리인상과 이에 따른 시장 충격을 예상하면 은행권의 성과급 등 실적 잔치 이상으로 금융소비자 보호와 경제 영향을 최소화하는 대비 자세가 중요하다. 이미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5%대에 진입하고 있다. 어느 은행이 몇 년 만에 경쟁 은행을 누르고 리딩 뱅크가 됐다는 식은 승자 은행의 영업력을 칭찬할 일이지만 따지고 보면 고객 덕이다.

18세기 타르투의 그 양조장이 지금도 있는 지 모르지만, 병 라벨에 타르투산이라고 표시된 맥주가 세계맥주 전문점에 있다면 찾아 그 시절을 음미하며 한잔 마셔보고 싶다.

김무종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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