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 잃은 부영下] 경영공백 장기화?…후계구도 '오리무중'
[수장 잃은 부영下] 경영공백 장기화?…후계구도 '오리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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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삿돈을 빼돌리고 임대주택 분양가를 조작해 폭리를 취하는 등 각종 기업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후계구도 정리 안돼 오너 리스크 불가피할 듯

[서울파이낸스 나민수 기자]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분양 폭리·횡령 혐의' 등으로 법정 구속되면서 경영상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부영은 이 회장의 '1인 지배구조'인 만큼 사업 추진에 타격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자녀들에 대한 경영권 승계도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라 수장 공백은 장기화될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1941년생인 이중근 회장은 올해 78세로 적지 않은 나이지만 여전히 현역에서 그룹을 이끌고 있다. 비슷한 연배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81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77세), 구본무 LG그룹 회장(74세) 등이 차기 경영권 구도를 착실히 준비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것과 다소 차이가 있다.

자산규모 21조7131억 원으로 재계순위 16위에 오른 부영그룹은 이 회장이 그룹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부영의 지분 93.79%를 보유한 사실상 1인 기업이다. 그는 총 24개 계열사 중 부영주택 등 15개 계열사의 대표이사도 겸하고 있다. 전 계열사가 비상장사다.

현재 부영주택 대표 3인(김시병·최양환·이기홍)도 각각 2개, 4개, 3개 계열사 대표를 겸임하고 있지만 여전히 모든 경영전반 결정은 이 회장이 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혁 감사도 동광주택산업 등 14개 계열사의 감사를 겸임하고 있어 이 회장을 견제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 회장의 자녀들이 경영 전반에 나설 수 있는 기회는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슬하에 3남1녀를 두고 있다. 장남 이성훈 씨와 차남 이성욱 씨, 막내딸 이서정씨는 부영주택에서 각각 부사장, 전무, 상무로 재직 중이다. 3남 이성한 씨만 부영엔터테인먼트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자녀들 중 장남인 이 부사장만 부영 지분 1.64%, 동광주택산업 0.87%, 광영토건 8.33%를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서 차기 후계자로 거론되는 인물은 없는 상황이다. 이 회장이 구속 전까지 경영 일선에서 왕성하게 활동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에서 법학 박사과정을 밟고 부영의 지분을 보유, 경영에도 참여하고 있는 이성훈 부사장이 이 회장의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후계구도가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은 만큼 이 회장의 구속기간이나 재판 결과에 따라 경영공백은 장기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부영 측은 "부문별 각자 대표들이 있어 당장 회사 운영엔 문제가 없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최종 결정권자인 이 회장의 부재로 송도테마파크 등 주요 사업 추진 속도는 다소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예상한다.

업계 일각에서는 경영공백이 길어질 경우 이 회장이 회사 정상화를 위해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넘길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다만, 누가 경영권을 승계 받든 수천억 원에 달하는 상속세 문제 등으로 지분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영이 2014년 자사주를 취득할 때 가격이 주당 9만4884원이었던 것을 적용하면 이 회장이 보유한 부영의 지분가치는 1조2459억 원에 이른다. 이 회장의 후계자가 이 지분을 물려받으려면 내야하는 상속세나 증여세만 60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구속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경영권 승계 등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다소 이르지만 팔순을 앞두고 검찰에 구속된 만큼 향후 경영 복귀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향후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승계 작업이 진행된다면 상속세 등을 마련하기 위해 건물이나 부동산을 매각하거나 몇몇 주요 계열사의 기업공개(IPO)를 검토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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