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경제, 악순환의 고리 끊기
[홍승희 칼럼] 경제, 악순환의 고리 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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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홍승희 기자] 한미간 금리 역전이 임박했다는 걱정들이 많다. 올 한해 미국은 적어도 3번 이상 금리인상이 거의 확실시 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은 두 번 정도의 금리인상이 고려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래서 더 걱정들인 모양이다.

그러나 가계부채 문제가 계속 발목을 잡고 있는 한국 현실에서 무턱대고 미국 금리인상을 뒤따라갈 수도 없다는 게 한국은행의 고민일 터다. 그래서 허진호 부총재보가 기자설명회에서 “미국 등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가 중요한 고려요인이지만 그것만 보고 한은이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을 것이다.

성장과 물가, 거시경제 여건과 국내외 여건 변화, 금융안정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가면서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한다는 원론적 답변을 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그야말로 원론적 답변 밖에 할 수 없을 만큼 한국경제의 앞날은 아직 많이 답답해 보인다.

지수 상으로는 분명 성장의 궤도로 들어선 듯이 보이지만 고용 없는 성장의 늪에 빠져 헤어 나오기 쉽지 않다. 고용이 줄어드니 당연히 가계 실질소득이 늘지 않는다. 온 가족이 취업시장에 뛰어들어야 겨우 가계소득 증가가 물가상승률을 따라갈 수 있는 대다수 서민가계의 타격은 특히 극심하다. 통계에 따르면 실질소득 증가율이 2014년 2.1% ->2015년 0.9%로 낮아지다가 2016년에는 마침내 마이너스로 들어섰다.

당연히 소비여력은 줄어들고 내수 경기는 살아나기 어렵다. 내수경기 위축은 제조업 전반에 위기를 불러오지만 특히 영세자영업자들부터 타격을 받는다. 그들이 타격을 받으면 가계부채의 위험성은 더욱 커진다. 소비는 점점 더 위축되고.

중소기업들은 또 그들대로 악순환의 고리에 걸려 허우적댄다. 기술력이 가장 큰 자산이어야 할 중소기업들은 취업난 시대에도 인력난을 겪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대기업 출신이 중소기업으로 가기는 쉬워도 중소기업 출신이 대기업으로 진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사회시스템으로 인해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취업준비생들은 재수, 삼수를 하면서까지 기어코 대기업에 들어가려 안간힘을 쓴다.

물론 구직 대신 구인난 시대가 온다면 대기업들이 중소기업 인재 빼가기가 문제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지독한 구직난 시대, 취업하려는 이들은 넘쳐 신입사원 고용단계에서부터 고르고 골라 쓸 수 있는 시대이다 보니 한번 중소기업에 발 들이고 나면 그 기업의 상황이 아무리 열악해도 대기업으로 진입할 가능성은 막혀 있다.

그렇게 대기업은 나날이 살찌고 중소기업은 시들어간다. 그런 구조에서 영세자영업자나 서민가계들은 빚에 짓눌리며 희망을 잃어간다.

이제까지의 경제정책은 오로지 대기업 한두 곳이 커 가면 한국경제의 덩치가 커지는 것이고 온 국민을 다 먹여 살릴 수 있다고 국민들을 세뇌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그런 가치관이 과거 모범적 엘리트 관료, 법관 등의 머릿속을 채우고 있었고 지금도 여전히 살아남아 있다.

최근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 건에서도 보이듯 기업가는 정부의 압박에 무릎 꿇을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의식이 꽤 넓게 자리잡고 있다. 그들이 전 세계를 상대로 사업하고 그 기업그룹의 총수는 글로벌 리더로 인정받으며 한국의 대통령보다 더 큰 국제적 영향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한국사회의 모든 악순환은 사회적 재화를 끝없이 포식하는 재벌구조, 대기업 중심의 경제성장 논리로부터 비롯됐다는 점을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정권들의 성장 우선 논리에 세뇌된 세대들은 여전히 대기업 의존적인 경제성장 논리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인정하기 좋든 싫든 돈이 모든 가치를 압도하는 시대에 살고 있고 가진 것 없는 서민들조차 그런 논리에 끌려 다니다 보니 끊임없이 내 주머니와 남의 주머니를 비교하며 안으로 화를 끌어안고 산다. 그래서 홧김에 저지르는 난폭한 행동들이 많은 사회문제를 낳는다.

사회가 건강성을 회복하려면 그 무엇보다 그런 왜곡된 논리구조를 깨트리며 대기업이 한국경제의 블랙홀이 되는 걸 막아야만 한다. 그런 연후에야 비로소 한국사회는 지속가능한 성장궤도에 올라탈 수 있다. 지금 어긋난 논리의 미망을 깨지 못하면 우리 공동체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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