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금융투자업계의 규제 개선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은행업권 때문입니다. 은행권은 신탁업과 자산운용업 등으로 끊임없이 진출을 시도하면서, 금융투자업계가 은행업권에 진출하는 것은 강하게 저항하고 있습니다."

오는 3일 임기 만료를 앞둔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최근 차기 회장을 뽑는 자리에서도 '친정'인 은행권을 향해 쓴소리를 날렸다. 그가 협회장으로의 3년간 임기를 돌아보는 소회를 담담히 밝힐 것이란 모두의 예상은 빗나갔다.

황 회장은 그간 공식 석상에서 으레 은행업권을 향해 날을 세워왔다. 법인지급결제 허용부터 신탁업법 제정 문제까지 금융투자업계가 은행권에 비해 불리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기울어진 운동장'론을 설파했다. 작심하며 쏟아낸 '부당', '비극', '궤멸' 등 단어는 '검투사'인 그의 칼날을 더욱 날카롭게 했다.

황 회장은 지난 2004년 우리금융지주에 이어 2008년 KB금융지주 회장을 역임했다. 한국 최대 금융지주 수장에 오를 정도로 은행과의 인연은 매우 깊다. 그럼에도 금융투자업계 발전을 위해 은행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대학 한 학번 후배인 하영구 은행연합회장과의 치열한 설전도 마다하지 않았다.

은행권과 날카롭게 맞섰지만, 결과는 그리 좋지 못하다. 은행에서 판매하는 ISA가 일임 형태로 운용되지 않기를 바랐지만, 금융위원회가 '국민재산 늘리기 위한 ISA 활성화 방안'으로 은행에서 일임형ISA에 가입할 수 있는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취임 이후 매번 추진했던 증권사 법인결제 허용 문제도 금융당국이 재벌 사금고화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사실상 불허한 상태다. 

하지만 그는 취임 이후 3년간 특유의 승부사 기질과 강한 추진력을 보이며 '검투사' 별명을 더욱 굳혔다. 자본시장 발전에 주력하는 한편,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해외주식 투자전용펀드 부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 초대형 투자은행(IB) 제도 마련 등은 임기 내 최고 성과로 꼽힌다. 대다수 증권업계 관계자가 그의 연임을 점쳤던 이유다.

"취임 날이 입춘이었던 만큼 금융투자업계에 좋은 일이 있으리라는 기대가 된다."

3년 전, 자본시장에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오길 기대하며 임기를 시작했던 그가 입춘을 앞두고 물러난다. 황 회장이 떠나는 순간까지 남긴 쓴소리가 자본시장에 어떤 훈풍을 불러올지 많은 이들이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