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트럼프 오만의 끝은 어디인가
[홍승희 칼럼] 트럼프 오만의 끝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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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홍승희 기자] 한국정부의 아그레망까지 받은 주한 미 대사의 부임이 취소됐다. 실상 한국정부가 떨떠름할만한 대북 강경론자였던 빅터 차에게 아그레망을 내준 한국정부를 농락하듯 트럼프의 미국은 그의 지명을 철회했다.

그로 인해 주한 미국 대사 자리는 1년 넘게 공석인 채로 부대사가 대리 대사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실상 한국을 대사급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미국 정부의 오만한 태도를 드러낸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과거에도 미국은 한국에 진보정권이 들어선 때를 기점으로 장기간 후임자를 보내지 않는 짓을 해왔다. 관성에서 벗어난 상황에 당황한 선택의 어려움 때문일 수도 있지만 이는 새로운 정권 길들이기로 시도하고 있다는 의혹 또한 버리기 어렵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최장 공백은 10개월을 넘지 않았다. 1년을 넘기고도 아직 후보군조차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은 채 하마평만 무성해 실제 부임하기까지는 거쳐야 할 절차들을 감안하면 부지하세월이다.

이번 빅터 차의 낙마는 그 이유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선제적 공격 검토에 반대했기 때문이라는 보도와 함께 미국 언론들의 분석처럼 한국정부를 건너뛰고 북한을 향한 선제적 공격을 감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도 해석돼 우리로서는 매우 긴장되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미 군사적 옵션에 심정적으로 많이 기울어진 상태에서 트럼프의 속내를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이나 다름없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세계 어디에서든 국지전이 끊임없이 일어나야 방위산업을 토대로 한 미국의 테크놀로지며 경제적 순환구조가 유지되는 미국의 상황으로 보나 외국에서의 전쟁을 디지털 게임 정도로 인식하는 트럼프의 미국적 정서로 보나 다음 타깃이 한반도가 될 확률 또한 매우 크다.

이미 중동지역에서는 더 이상 헤집어 불길을 키울 여건이 아니다. 나머지 잔불처리는 이스라엘로 넘긴 트럼프가 중국을 향한 견제구로 한반도를 노리고 있다는 징조는 그동안 충분히 보여 왔고 대북 선제 공격론에 반대 목소리를 낸 빅터 차의 낙마는 이제 그 징조들을 확실한 행동으로 드러내려는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트럼프의 행동이 단순히 드러난 과실만을 따는 데 그치는 것은 아닐 터다. 한반도내 군사옵션의 실행에 장애가 된다고 판단할 현 대한민국 정부를 향한 내부 분열도 도모하려는 계산이 내포돼 있어 보인다.

이미 한국사회에선 미국의 우산 아래 얌전히 들어앉아 있질 않고 앞장서서 대북 대화채널 구축을 탐색하는 현 정부에 대한 보수 세력의 비난이 가라앉질 않는다. 미국 무기 더 들여놓아야 북한 핵에 대해 안심하겠다는 주장인데 과연 그게 그리 안전한 방어벽이 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우리가 미국 방위라인에 더 깊숙이 들어가면 갈수록 중국을 자극하고 우리는 자칫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도 있다는 염려는 아예 염두에 두지 않고 관성적으로 미국에 기대야만 안전하다는 주장이 우리 사회 한쪽에서는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는다. 그런 목소리를 키우려는 게 또한 트럼프 미국의 바람일 수 있지만 그 속내를 일일이 까발려 볼 수는 없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는 순간 우리는 지난 수십 년간 쌓아온 모든 것을 잃을 것이다. 아무리 족집게로 집어내듯 북한 사회를 정밀 타격한다 한들 북한 사회의 시스템이 반격 없이 고스란히 당하기만 할까. 일단 반격이 시작된다면 물론 우리도 당연히 전쟁에 자동 돌입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번에 전쟁이 벌어진다면 과거처럼 장기전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의 승패는 어떻든, 장기전이든 단기전이든 수많은 인명이 사라져갈 것이고 그 못지않게 우리가 쌓아온 경제성장의 성과들 또한 날아갈 것이다.

물론 그 틈바구니에서 일본은 자위대를 한반도 내로 파견하겠다고 나서고 그 이상으로 한국전에서 경제적 이득을 취하게 될 것이다. 6.25때도 그렇게 패전의 폐허를 딛고 일본이 재기할 수 있었듯이 장기간의 경기침체로 활력을 잃은 일본은 다시 날아오를 것이다.

트럼프는 그런 일본을 끌어안고 날개를 달아줄 것이다. 미국내 여론 때문에라도 주한 미군 이상의 병력 투입은 피하고 싶을 테니까. 지금 트럼프는 그런 오만한 꿈을 꾸며 한반도를 지렛대로 중국에 지분거리고 있다. 이래도 우리가 누구에게 기대어 안전을 도모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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