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적으로 가능하나…시세차익·결제안전성 등 선결문제 산적"
[서울파이낸스 김태희 기자] 온라인 쇼핑 플랫폼 위메프가 가상화폐(암호화폐)의 결제수단 도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금융권과 정보기술(IT)업계에선 '가상화폐 상용화'라며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유통업계는 '시기상조'란 입장이다.
29일 IT 및 유통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위메프는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과 결제시스템 도입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 위메프에서 상품을 구입할 때 빗썸이 취급하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 가상화폐 12종을 현금처럼 쓸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가상화폐 적용 방법은 위메프가 자체 개발한 간편결제시스템 '원더페이'에 빗썸을 직접 연동하는 쪽으로 얘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기존 거래처인 은행이나 신용카드사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빗썸이 수수료를 얼마나 책정할지 미지수다.
가상화폐 시세가 실시간 바뀌는 점을 반영해 '실시간 시세 반영'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빗썸 회원들이 위메프에서 구매를 결정한 순간 가상화폐 시세를 고정하고, 이를 결제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이를 두고 IT업계는 가상화폐 상용화가 코앞에 다가왔다며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누리꾼들도 유시민 작가가 얼마 전 방송에 출연해 "비트코인은 현실화될 수 없다. 사기다"라고 주장했던 말을 비난하며 분위기를 띄우는 모양새다.
하지만 유통업계 반응은 미지근하다. 위메프조차 빗썸과 결제시스템 방안을 협의 중일 뿐 도입 시기와 결제시스템 안정화 작업, 시세차익 계산법 등 굵직한 사안은 정해진 것이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논란거리를 모두 해결해야만 실질적인 업무협약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위메프의 원더페이와 빗썸의 거래시스템을 직접 연동하는 방식은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면서도,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보면 지극히 기본적인 것들이다. 가상화폐 도입을 결정할 만한 이슈는 없다. 가상화폐 시장 선점을 위한 여론 형성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위메프와 함께 언급되고 있는 티몬, 이베이코리아(G마켓·옥션) 역시 가상화폐 도입과 관련해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해당 업체들은 가상화폐 도입에 보수적이다.
온라인 유통업체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빗썸이 유통업계를 상대로 광범위하게 '오퍼'(Offer)를 넣었다. 아직 가상화폐 도입을 논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결제정보 시스템 안정화부터 시세차익까지 고려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해결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닌 데 성급하게 가상화폐를 도입할 수는 없다"며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본에서 가상화폐 도입을 시도하고 있지만 국내는 아직 이르다. 정부가 가상화폐 규제안을 내놓고 있는 만큼 유통업에서 눈치를 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빗썸을 통해 가상화폐를 거래 중인 직장인 A(32·여)씨는 "유통업체에서 가상화폐를 현금처럼 사용하게 되면 좋을 것 같지만 아직 머나먼 이야기 같다"며 "5분 사이에도 시세차이가 클 뿐 아니라 환전에도 10일, 15일이 걸리는 형국에 실시간으로 거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