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 속 유산균 알고보니 '살균처리'
음료 속 유산균 알고보니 '살균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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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칠성음료 '요하이워터'. 뒷면에 '이 제품의 유산균은 살균 유산균입니다'라고 적혀 있다. (사진 = 박지민 기자)

'산 유산균 들었다' 오인하는 소비자 많아 불신 초래
일부는 죽어도 유익할 수 있지만 '장건강' 효능 없어

[서울파이낸스 박지민 기자] #. 경기도 사는 여성 직장인 박모(29)씨는 최근 배변활동이 원활하지 않아 편의점에서 유산균 음료를 샀다. 그런데 음료를 마시던 중 병에서 이상한 문구를 발견했다. '이 제품의 유산균은 살균 유산균입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당연히 살아있는 유산균이 들었을 거라고 여겼던 그는 속은 기분이 들어 불쾌해졌다.

이처럼 '유산균 음료'란 이름으로 시중에서 팔리는 제품 가운데 일부에 '죽은 유산균'이 들어있어 혼란스럽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18일 <서울파이낸스> 취재 결과, 롯데칠성음료에서 출시된 '요하이워터'를 비롯해 남양유업의 '요구리몽', 푸르밀의 '엔원(N-1)' 등은 살아있는 유산균(프로바이오틱스)이 아니라 죽은 유산균이 들어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요하이워터와 요구리몽은 각각 전면에 '유산균 발효액이 들어있어요~', '유산균 함유 음료'라고 적혀있어, 소비자들이 살아있는 유산균 함유 음료로 오인하기 십상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선 살아있는 유산균이 들어있지 않은 제품에 '살균 유산균'이라는 사실을 명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문구를 제품 뒷면에 적은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알아보기가 어렵다.

해당 유산균 음료에 죽은 유산균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아는 소비자는 실제로 거의 없었다.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권모(32)씨는 "(해당 음료를) 자주 고르는 편은 아니지만, 유산균 음료라고 광고를 많이 해서 당연히 살아있는 유산균이 들어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죽은 유산균이 들어있는데 왜 굳이 유산균 음료라고 강조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 남양유업에서 출시한 유산균 음료 '요구리몽'. 역시 뒷면에 '살균 유산균'이란 문구가 보인다. (사진 = 박지민 기자)

유산균 음료 속 유산균을 죽이는 이유는 유통 과정에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롯데칠성음료와 남양유업 관계자는 "음료라 상온에서 유통되고, 유통기한도 길다. 유통과정에서 유산균 발효에 따른 변질을 방지하기 위해 살균한다"고 입을 모았다.

일부 죽은 유산균은 인체에 유익하다는 견해도 있다. 푸르밀 관계자는 "고려대학교와 공동연구 결과, 열처리 김치유산균(nF1)은 면역 반응을 활성화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공격으로부터 방어하는 효능을 유발하는 것으로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의견도 마찬가지다. 박용하 한국유산균·프로바이오틱스학회 부회장(영남대 교수)은 "일반 소비자들은 관념적으로 살아있는 유산균이 좋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사균 유산균도 종류에 따라 면역 체계 강화 효능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이 유산균 제품에서 기대하는 '장 건강' 효과를 내진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죽은 유산균이 들어간 제품의 광고 문구를 적절하게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살아있는 유산균이 들어있지 않을 경우 살균 유산균을 넣었다는 문구를 쓰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법적으로 명확히 정해져 있는 부분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 업체 관계자는 "유산균 음료는 '유산균'하면 떠올리는 시큼한 맛을 좋아하는 소비자들의 기호를 맞추기 위해 출시하는 제품"이라며 "유산균의 효능을 바란다면 유제품을 섭취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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