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가보지 못한 길, 그래도 가보자
[홍승희 칼럼] 가보지 못한 길, 그래도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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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홍승희 기자] 평창동계올림픽이 몇 년째 대화채널 하나도 남아있지 않던 남북한 간 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를 마련해줬다. 그것도 북한에 대한 국제적 압력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시기에.

한반도에 눈독 들이고 있는 4강, 세계 최고의 군사력을 다투는 그들이 남북한만의 만남을 지켜보기만 할 리도 없고 그 틈바구니에서 우리는 근래 몇 백 년 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독자적 행보를 펼쳐 가야만 한다. 자칫 한 발 잘못 디디면 대한제국이 겪어야 했던 참담한 실패의 전철을 되밟아야 할지도 모른다.

한국 정부가 간신히 대화의 물꼬를 트고 나니 트럼프도 시진핑도 저마다의 계산서를 내밀려 하고 한국 정부는 그들을 달래며 한편으로는 막무가내 김정은 또한 어르고 달래야 한다. 그만큼 한국 정부의 발걸음은 조심 또 조심해야만 하는 위험하고 또 가보지 못한 길을 더듬어 가는 형국이다.

이성계의 조선이 4백 몇 십 년간 내내 명나라만 바라보고 심지어는 명이 멸망한 이후까지 ‘의리’를 지키려고 발버둥 치다보니 대한제국은 그 연장선상에서 독자적 외교를 펼칠 능력이 전무한 상태로 국가 존립을 이쪽저쪽 외세에 기대고자 안간힘을 썼지만 결국 일본제국주의의 먹이로 전락하고 말았다.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살길을 모색하는 처지는 근본적으로 다를 바가 없다. 여전히 우리에게는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고 삶의 길을 모색해야 하는 현실에 누적된 경험이 없다. 그래서 여전히 국내에선 미국에 더 의존하지 않고 뭐하냐는 야당의 비판이 쏟아지고 정부는 그런 안팎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비판과 견제를 뚫고 대화 창구를 자리잡게 하기 위해 버둥댄다.

경험이란 게 얼마나 중요한지는 장기판 훈수 두듯 쉽게 생각하고 뒤늦게 정치판에 뛰어든 유수의 자기 분야에서 성공했던 인사들이 정치권에서는 맥없이 허물어지는 모습에서도 충분히 반증의 예를 찾아볼 수 있다.

경험과 관련해서 필자 개인적으로 들은 재미있는 사례 한 가지를 더 들어보고자 한다. 60여 년 전 교육을 받기 위해 미국에 머물던 필자의 부친과 그의 동료들이 겪은 재미있는 경험 사례다.

식민지에서 해방되자마자 치러진 전쟁으로 초토화됐던 한국에는 개인 차량은 물론 거의 길거리에서 차를 구경하기 어렵던 시절 얘기다. 따라서 교통규칙 따위가 제대로 기능할 수도 없던 시절이었다. 그런 한국에서 살며 미국 간다고 어찌어찌 운전면허는 취득했지만 최소한 한국보다 몇 십 년은 앞선 문명을 구가하던 당시의 미국 땅에 발을 디딘 젊은이들에겐 모든 게 모험이었다.

그래도 주 4.5일 교육을 받고나면 남아도는 주말엔 모두가 나서는 여행에 겁 없이 도전했단다. 당시 네 명이 각자 50달러씩 모아 중고차 하나를 사고 주말마다 거침없이 여행을 다녔다고 했다. 그런데 교통규칙 따위는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따라서 그런 규칙을 가볍게 여기며 차를 끌고 다니다보니 2백 달러짜리 차 하나로 범칙금만 한 달에 1백 달러 정도를 물어야 하는 사태를 맞았다고 했다.

무경험이 만든 참사다. 그 시절에 이미 산길에도 감시카메라가 있다는 사실을 알 리 없었던 그들은 차도 없는 산길에서 멋대로 속력을 내기 일쑤였고 그 결과로 내게 된 그런 엄청난 범칙금에 기겁을 했다는 것이다.

생전 처음 스스로 운전하던 그들의 무경험은 어쩌면 지금 우리가 국제외교무대에서 민족의 문제를 스스로의 의지대로 끌고 가고자 하는 현실과 상당히 닮았다. 그래서 불안한 이들은 자꾸 종전처럼 미국의 우산 아래 안온하게 살자고 발목을 잡는다.

그러나 두려움에 한 발 내딛지 못하면 면허 따고 몇 년이 지나도 동네 골목길도 나서지 못하는 장롱면허 소지자가 되고 만다. 한국은 우리가 못 느끼는 사이에 이미 국제 사회에서 상당한 위치로 올라서 있다. 우리는 습관처럼 스스로를 약하다고만 느끼지만 그래도 한국의 국방력은 세계 6위라고 한다. 다만 우리 주변에 워낙 강한 나라들이 버티고 있어 빛이 바랠 뿐.

그런 한국에 미국은 언제까지나 우산을 씌워줄까. 오히려 있는 힘으로 자국을 도우라는 압박이 더 커질 시기다. 보호국이 아니라 여러 방면에서 동반자가 되길 요구할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혼자 찾아가는 길로 더듬어서라도 두려움 떨치고 나아가야 한다. 피할 수도 피해서도 안 되는 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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