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종의 세상보기] 가상화폐 논란 점입가경(漸入佳境)
[김무종의 세상보기] 가상화폐 논란 점입가경(漸入佳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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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금본위제 시절에 금(金)은 통화를 지탱하는 수단이었다. 즉 화폐단위와 금의 단위를 등가로 일치시킨 것이다. 이러한 금본위제는 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게 되면 위태롭게 된다. 결국 금본위제는 1차대전 때 위기를 맞는다. 전쟁에 참여한 주요국들은 전비를 마련하기 위해 재정지출을 대거 늘렸고, 사회가 혼란해지자 불안해진 시민들은 앞다퉈 돈을 금으로 바꿨다. 그 결과 전후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해 1930년대 대공황 시기 또다시 위기를 맞았다.

이에 영국은 1931년 막대한 금과 자본이 유출되면서 금본위제를 포기했고, 미국도 1933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당시 대통령이 사적으로 소유한 금을 국유화하고, 금을 지불하는 조건으로 맺어진 계약을 모두 폐기하는 강력한 조치를 내리면서 금본위제를 포기했다. 이는 미국이 1834년 ‘금1온스 (약 31g) =20.67달러’를 1933년까지 100년간 유지해온 금본위제에서 발을 뺀 것이다. 이와 같이 자산에 대한 동결 조치는 극히 드문 일이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는 자산동결보다는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해 그럭저럭 위기를 극복했으나 미국의 재정적자는 불어났고 향후 또다시 금융위기가 닥칠 때 전과 같이 유동성을 또다시 풀 지, 아니면 극한 자산 동결 조치를 취할지 예측이 어렵다. 일부 전문가는 향후 또다시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자산 동결 조치가 취해 질 수 있으며 이에 따른 사회적 혼란이 어느 수준이 될 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법무부 장관의 발언에서 시작된 최근의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논란은 투자 참여자에게 일종의 자산을 동결하는 조치여서 극한 저항과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범부처 논의가 아니라는 해명으로 일단락되는 분위기였지만 다시 부총리 입에서 옵션 중의 하나라는 말로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이런 논란들은 왜 생겨난 것일까. 또 본질은 무엇인가. 가상화폐 거래가 과열과 투기 양상을 보이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급등락을 반복한다. 정부도 그점을 우려해 대책을 운운한 것이나 가상화폐 본질에 성큼 다가가지 못하고 우왕좌왕 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가상화폐가 생긴지 10년이 됐지만 당국 어디에서도 심도 깊은 사전 분석과 논의가 진행된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에서야 한국은행, 금감위/금감원, 법무부 등에서 서둘러 TF조직을 만들고 심층분석에 나서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가상화폐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4차산업혁명과 금융혁신의 연계 고리 선상에 있어 어떻게 진화할 지 현재로선 예단하기 힘들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양극화가 심화 되면서 자산 소외층이 가상화폐 투자를 통해 단기간에 자산을 불리고자 하는 사회문화적 현상마저 보이고 있다.

가상화폐를 통한 불법 거래와 자금세탁, 탈세 등은 추방해야 한다. 또한 극단적으로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는 투자자 보호와 국익 측면에서 일정 기준을 정해 요건을 정비하면 될 일이다. 다만 전방위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시스템 리스크'가 아닌 상황이라면 섣부른 규제로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늦은 감이 있지만 새로운 기술과 현상에 대해 우왕좌왕 하지 말고 당국의 현명한 대응이 요구되며, 투자자도 큰 손실을 겪을 수 있다는 자기 책임 아래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당시 최다 금보유국인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1933년 3월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전격적으로 금본위제 폐지를 명령했을 때 당시 예산국장이었던 L 더글러스는 ‘서구문명의 몰락’이라고 대들었다. 가상화폐와 같이 새로운 것에는 언제나 논란이 많은 법이다. 현명히 대처해야 할 시점이다.

김무종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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