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나민수 기자] 최근 롯데그룹이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를 통해 총 39개 계열사에서 200여 명이 승진했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이사가 사장으로 승진한 것이다. 하 대표는 지난해부터 건설업계에서 유일하게 부사장으로 대표이사직을 맡아왔으나 이번에 사장 자리에 올랐다.

롯데그룹은 "주택분야 등에서 좋은 사업 성과를 냈으며, 롯데월드타워를 성공적으로 완공하며 초고층 기술력도 입증했다"며 승진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하 대표의 사장 승진는 쉽게 납득 되지 않는다. 지난해 롯데건설이 강남권 재건축 수주전에서 조합원들에게 금품 살포 등 비리를 저지른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물론 수사가 진행 중이라 결과는 지켜봐야 한다.

통상 CEO는 회사가 비리 등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었을 경우 공식적으로 사과하거나 자리에서 물러난다. 사안에 따라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유임되기도 한다. 그런데 하 사장의 경우 지금까지 공식적인 사과는커녕 오히려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달 초에 발표한 신년사를 살펴보더라도 직원들에게 '투명경영'이나 '비리근절' 등을 강조하기보다는 성과에만 집중했다.

수사 중인 경찰은 지난해 10월, 11월 두 차례에 걸쳐 서울 롯데건설 주택사업본부 압수수색을 단행, 홍보대행사를 앞세워 수십억원의 돈을 뿌린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롯데건설 측은 금품제공과 위법행위가 없었다고 항변한다. 홍보대행사 직원들이 금품제공 등 위법행위를 한 것이지 건설사가 직접 금품제공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통상 대표이사의 재가 없이 수십억원의 비용을 홍보대행사에 집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설사 집행됐다 하더라도 대행사가 조합원에게 현금 살포 등에 사용할 수 있게 방임하는 것은 사실상 직무를 유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실 하 사장이 이렇게까지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배경은 신동빈 회장의 두터운 신임 덕뿐이다. 2014년 부사장으로 승진한 하 사장은 지난해 롯데건설 대표이사로 선임된 이후 사상 처음으로 연매출 5조원을 넘기는 성과를 내며 3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했다.

문제는 신 회장도 경영 비리와 국정농단 사태 연루 등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감안해서인지 신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경영 투명성을 갖추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사회적 가치 창출을 기반으로 경영활동을 해 나가는 기업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금품 살포 등의 물의를 일으킨 하 사장을 승진시키면서 그 의미가 퇴색됐다.

물론 이번 승진 인사는 하 사장의 공적에 따라 이뤄진 것이지만 물의를 빚은 사람이 승진한 것은 자칫 나쁜 선례로 남을 수도 있다.

현재 롯데그룹은 '형제의 난'과 최순실 게이트 등으로 기업의 신뢰도가 땅에 떨어진 상태다. 이럴 때일수록 '읍참마속(泣斬馬謖)'이란 고사성어처럼 아무리 친하거나 유능한 인재라고 해도 법과 정의를 어길 경우 가차 없이 잘라낼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 '깨끗하고 공정한' 롯데가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