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규제 '헛발질'에 강남4구 집값은 '통제 불능'
정부 규제 '헛발질'에 강남4구 집값은 '통제 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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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전경.(사진=서울파이낸스DB)

규제→집값 상승→규제 '악순환' 반복

[서울파이낸스 나민수 기자]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5월 출범 이후 지금까지 무려 7번에 달하는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전국 주택시장의 바로미터인 서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의 집값은 오히려 거의 통제 불능 상태로 가고 있다.

정부 규제가 서울 강남권에서는 되레 집값 상승의 도화선 작용을 하며 2, 3개월 만에 수억원이 오른 아파트 단지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고강도 불법행위 조사와 특별사법경찰(특사경) 투입 등 강수를 뒀지만 실제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12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1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57%를 기록하며 지난해 '8.2 부동산대책'이 나오기 직전 상승률(2017년 7월 28일, 0.57%)로 돌아갔다. 특히, 서울 재건축 아파트는 이번주 1.17% 상승하며 2006년 11월10일 주간 변동률 1.99%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며 달아오른 서울 아파트 시장 분위기를 반영했다.

지역별로는 △송파(1.19%) △강남(1.03%) △양천(0.95%) △서초(0.73%) △강동(0.68%) △동작(0.38%) △성동(0.38%) 등 강남권역을 중심으로 가격이 많이 올랐다. 송파의 재건축과 일반아파트 가격이 일제히 상승했다.

이처럼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이어지는 것은 정부의 대책으로 시장에서 매물이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대출규제, 양도소득세 중과 등으로 다주택자들에 대한 정부의 압박이 지속되자 이른바 '똘똘한 한 채'인 강남권 주요 아파트로 투자수요가 집중됐지만 매도자의 콧대는 날로 높아지며 결국 강남권 시장은 '부르는 게 값'인 시장이 됐다.
 
실제로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 주공5단지, 대치동 선경1·2차, 압구정동 구현대1차 등이 1주일 새 2500만원~1억원가량 상승했고 서초구도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반포, 신반포한신(3차), 반포자이 등이 1000만원~1억원 정도 시세가 높아졌다.

여기에 올해 강남4구에서 3만3000여 가구가 이주 또는 철거에 들어간다. 가뜩이나 강남권 대기 수요가 높은 상황에서 기존에 있던 주택마저 큰 폭으로 줄어들게 되면 강남4구는 물론 인근 지역의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대책에 따라 8.2대책 이후 금지됐던 재건축 아파트 조합원 지위 양도가 일부 매물에 한해 오는 25일부터 재개되지만 호가가 하락할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다. 조합원 지위를 10년 이상 유지하며 5년 이상 거주한 1세대 1주택자는 조합원 지위를 양도할 수 있지만 이런 매물이 많지도 않고 매물이 나오더라도 시세는 천청부지로 치솟을 수밖에 없어 거래 성사도 불투명하다.

업계 관계자는 "강남권 중 재건축 단지에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집주인들이 높은 값에 집을 내놓아 시세가 크게 오르고 있다"며 "실제 거래 가격보다는 매도자들의 호가로 나타난 수치로 정상적인 가격상승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강남을 대체할 만한 대체 투자지역이 없는 것과 매도자들이 시장에 우위를 차지한 것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라고 덧붙였다.

이에 정부는 지난 11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고 시장 대응에 나섰다.

정부는 강남 등 서울 특정지역의 과열현상이 주변 지역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투기수요 근절 △맞춤형 대책 △실수요자 보호라는 3대 원칙에 따라 투기차단과 시장안정에 총력을 다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 등 관계기관은 합동점검반을 구성해 모든 과열지역을 대상으로 무기한, 최고수준 강도로 현장단속을 한다. 국세청은 다주택자의 미성년 자녀 등에 대한 변칙증여 등 부동산 거래 관련 탈세 행위에 대해 강도 높게 자금출처를 조사해 탈루세금을 추징하고, 조세포탈 시 검찰 고발조치 등으로 엄중히 대응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올해 1월 말부터 시행예정인 신 총부채상환비율(DTI)과 하반기 시행예정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차질없이 시행하기로 했다.

김 부총리는 "앞으로 부동산 시장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 하면서 특정 지역 과열이 심화하거나 여타지역으로 확산할 조짐이 보이는 경우 신속하게 추가대책을 마련해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의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토부의 불법 부동산 거래 행위 단속, 금융위원회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등도 지난해부터 꾸준히 진행하던 것들이기 때문이다.

강남구 개포동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강남 집값의 이상 과열 현상은 정부의 잇단 규제로 거래 가능한 매물이 줄어든 데서 기인한 것인데 정부는 투기적 수요가 가세해 집값이 급등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라며 "집값을 잡기 위해선 공급을 늘려야 하는데 오히려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시장에서 매물을 사라져 버리니 호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인만 부동산연구소 소장은 "현재 정부가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서 꺼낼 수 있는 마지막 카드는 보유세 인상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재건축, 재개발이 아니면 신규 아파트 공급을 할 수 없는 서울, 특히 강남은 중장기적으로는 공급물량 감소가 우려되기 때문에 단기 수요억제보다 수요층이 두터운 서울의 아파트 공급물량을 늘릴 수 있는 제대로 된 대책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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