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새옷 입고 '심기일전'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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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태희 김현경 기자] 무술년 새해를 맞아 대한민국 경제계가 심기일전하는 분위기다. 특히 소비자와 직접 마주하는 유통업계 등은 CI(Corporate Identity)나 BI(Brand Identity)를 교체하며 새 출발을 알렸다. 새 옷을 갈아입고 새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 새출발 의미 담아 CI 교체

▲ 롯데지주 CI. (사진=롯데지주)

롯데그룹과 녹십자홀딩스, 보령제약 등은 상징을 바꾸며 새로운 이미지 구축을 시도한다. 과거 이미지를 벗고 다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담아낸 셈이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10월 지주사를 출범시켰다. 롯데는 신동빈 회장이 창립 50주년을 맞아 선포한 '뉴롯데' 기조에 맞춰 새 CI를 선보였다. 롯데그룹 90여 계열사는 모두 새 CI를 앞세워 이미지 개선 작업에 동참한다.

새 CI는 롯데(LOTTE)의 영어 이니셜 '엘(ℓ)'에서 착안됐다. 롯데백화점의 공식 온라인 쇼핑몰 '엘롯데', 롯데멤버스의 포인트제도 '엘포인트', 롯데콘서트홀 '엘콘서트', 롯데호텔 '엘세븐'과 '시그니엘' 등 엘이란 단어 하나만으로도 롯데를 떠올릴 수 있도록 인지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심벌은 잠실 롯데월드타워 부지를 상징하는 둥근 마름모꼴로 디자인했다. 영어 소문자 엘은 123층의 롯데월드타워를 연상시킨다. 고객 삶의 주기에 가치를 제공하겠다는 롯데그룹의 비전 '라이프타임 밸류 크리에이터(Lifetime value creator)'에 맞춰 왼쪽 하단 점을 '고객 삶의 시작', 연속되는 선을 '롯데와 함께하는 삶의 여정'으로 표현했다. 색깔은 롯데를 상징하는 빨강으로 채웠다.

▲ 녹십자와 보령제약의 CI. 왼쪽 과거의 모습과 오른쪽 교체된 모습. (사진=각 사 제공)

녹십자홀딩스는 지난 2일 시무식과 함께 새로운 CI를 선포했다. 1971년 극동제약에서 녹십자로 사명을 바꾼 이후 CI 교체는 47년 만에 처음이다. 기존 이름에 'GC'라는 명칭이 붙었고, 이는 녹십자홀딩스와 가족사에 모두 적용됐다. 이에 따라 녹십자홀딩스의 주력 가족사 녹십자는 국문과 영문 사명이 각각 GC녹십자, GC파마(Pharma)로 표기된다.

GC에는 '위대한 헌신과 도전을 통해 위대한 회사로 도약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위대한 헌신(Great Commitment), 위대한 도전(Great Challenge), 위대한 기업(Great Company)'의 줄임말이기도 하다.

이처럼 CI를 변경하는 것은 쇄신 작업 일환이기도 하지만 해외 진출을 위한 포석으로도 읽힌다. 허일섭 GC 회장은 이번 CI 변경에 대해 "글로벌 기업으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회사의 정체성을 재확인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영문 사명도 'Green Cross'에서 GC로 바꿨다. 이 또한 해외 사업과 관련이 깊다. 비슷한 이름이 널린 해외에서 걸림돌을 미리 제거한 것이다. 영문 사명을 간소화했기 때문에 외국인이 쉽게 기억하고 부르기 편하다는 장점도 있다. 회사 관계자는 "해외에서 알아보기 쉽다는 이점도 있지만, 구호단체와 이름이 비슷해 글로벌 진출에 장애물이 됐다"며 "이미 해외에 등록된 사례도 있어 우리만의 색깔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2018년을 '100년 기업, 글로벌 기업'으로 가는 원년으로 삼은 보령제약도 새 CI를 공개했다. 새 CI에는 인류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목표와 의지가 담겼다. 바뀐 CI에서 빨강과 파랑 사각형은 따뜻한 가슴으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을 묻고, 과학적으로 해결책(솔루션)을 제공하는 '라이프타임 케어 기업'이란 새 비전을 뜻한다. 보령제약 관계자는 "글로벌 진출을 염두에 두었으며, CI가 기업 얼굴인 만큼 특정 마크 하나만으로 쉽게 보령을 알아보도록 했다"고 말했다.

▲ '나이스 투 씨유'로 바뀐 BI를 적용한 편의점 모습. (사진=BGF리테일)

◇ 젊은 이미지 BI로 "고객과 소통"

고객과 직접 마주하는 기업들도 BI를 교체하면서 새로운 마음으로 새해를 시작하고 있다.

BGF리테일은 지난달 편의점 CU(씨유) BI를 바꿨다. 전국 1만2500여개 점포를 보며 CU를 '쿠'라고 읽는 소비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BGF리테일은 CU 글자 앞에 '나이스 투(Nice to)'를 붙여 자연스럽게 '씨유'로 읽힐 수 있도록 했다.

'나이스 투 씨유(Nice to see you)'는 '만나서 반갑습니다'라는 미국식 인사를 뜻한다. 이를 직관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BGF리테일은 BI에 말풍선도 그려 넣었다. 마치 편의점을 방문하는 이들에게 '나이스 투 씨유'라고 말을 건네는 모양새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고객과의 소통이 최우선인 경영철학을 형상화하기 위해 고심했다. 새로운 BI를 통해 친근하고 밝은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해당 BI는 간판 교체가 필요한 오래된 점포와 신규 점포에 우선 적용된다. 점원 유니폼과, 비닐봉지, 영수증 등 소모품과 홍보물도 기존 제품이 소진되는 대로 바꿀 예정이다.

이마트도 자체 패션 브랜드 '데이즈' 10주년을 앞두고 슬로건과 함께 BI를 새로 내세웠다. '오늘 하루가 나의 일상이 된다'는 슬로건에 맞춰 '아이(I)'를 빨간색으로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향후 10~20대 젊은 소비자을 겨냥한 데이즈 블루(DAIZ BLUE)를 선보일 계획이다.

화장품기업 코스맥스 역시 지난달 창립 25주년 기념식을 열고 새로운 기업 비전 '한국 미의 과학(THE SCIENCE OF KOREAN BEAUTY)'과 더불어 BI를 공개했다. 새 BI는 3개의 사과(이브의 사과, 뉴턴의 사과, 아프로디테의 사과)와 반지를 형상화한 원 3개가 서로 겹쳐있다. '바다, 다름, 아름'의 약속을 연결한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기업들이 브랜드로고를 변경함으로 인해 얻는 것은 분위기 전환이다. 대규모 투자를 하지 않아도 신제품을 출시한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특히 유통업계는 기존 '가격 경쟁' 시대를 지나 '가치 전달'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고객들과 소통하며 공감할 수 있어야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얘기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에서 '가성비'는 기본 개념이 됐다. 가격 경쟁을 넘어 고객과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브랜드만이 살아남게 될 것"이라며 "기존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고객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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