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대형화 지방경제 고사시킨다
은행대형화 지방경제 고사시킨다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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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포폐쇄...지방 중소기업 여신 '가뭄'

은행 대형화가 진행되면서 지방기업들이 자금차입에 갈수록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방 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채 단순 수익성 비교로 지역 은행 점포들이 폐쇄 1순위가 되고 있어 지역경제 발전에 저해 요소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5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 대형은행에 합병된 지방은행의 점포수가 나날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 강원은행을 합병한 조흥은행은 인수 당시 45개 충북은행 점포를 31개로 단계적으로 줄였고, 강원은행 점포도 39개에서 29개로 줄였다. 한미은행은 경기은행 점포를 101개에서 70개로, 국민은행은 기존 대동, 동남은행 점포 50여개를 모두 절반 이상 폐쇄시켰다.


피인수은행 인수당시 2003년5월말
(인수은행) 점포수 점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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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조흥) 45 31
강원(조흥) 39 29
경기(한미) 101 70
대동(국민) 49 20여개
동남(구주택) 48 20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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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지역 기업들이 자금운용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지역편차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충북지방중소기업청 관계자에 따르면 회사의 수익성이나 장래성이 괜찮은데도 일시적 유동성 위기로 도산하는 경우가 많다며 지방은행을 합병한 대형은행들이 최근 경기 악화로 대출 연장을 해 주지 않아 기업들이 자금차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대출심사 기준도 지역특성에 따라 차별화되지 않고 시중은행 기준으로 일괄 적용돼 기업들이 예전보다 대출받기가 매우 까다롭다고 호소하고 있다. 지방은행 한 관계자는 지역기업을 가장 이해하는 곳이 지방은행인데 시중은행은 아무래도 기업의 미래가치보다 단순 수치 데이터에 의존한 현재가치로 대출여부를 결정한다며 기업과 은행이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는 관계적 은행(relationship banking)이 붕괴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실제 시중은행에 합병되지 않고 외환위기를 극복한 대구, 부산은행의 점포수가 오히려 증가하며 지역밀착 경영에 성공, 최근 큰 폭의 순익을 내고 있다. 대구은행은 98년 외환위기 당시 208개 점포에서 현재 242개로, 부산은행은 188개 점포에서 204개 점포로 늘어났고 지난 해 당기순익도 각각 1천312억원, 1천480억원을 내 지역특화 성공사례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대형화된 시중은행들의 입장은 단호하다. 전국 지점들을 비교해 이익을 내지 못하는 순서대로 폐쇄를 결정하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예전 지방은행 영업의 경우, 여신기준이 너무 형편없었고 그에 따라 기업-은행간 상호 부실이 심했다며 은행 과당 집중을 막고 수익성이 나쁜 점포는 단계적으로 정리해야 효율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역경제 기반이 미약한 상태에서 전국 동일 기준으로 점포 폐쇄를 단행하는 것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거리가 멀다고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특히 지역은행이 완전히 없어진 충북, 강원, 경기 지역의 중소기업들은 금융 계층(hierarchy) 붕괴로 은행 대출 얻기가 갈수록 어려운 상황이다.

충청지역 은행여신을 담당했던 한 관계자는 충청, 강원은행을 인수한 조흥은행 자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인수 당시 지역경제에 대한 고민 없이 정치적 결정으로 떠맡은 측면이 있어 지방 은행 점포가 가지는 의미를 대형은행들은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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