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뽑고 더 내보내는 은행들…연초부터 감원 한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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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서울파이낸스DB

大勢 인정 '세대 간 빅딜'·'두 토끼論' 접근…금노 "대책없는 편협한 시각" 불만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문재인 정부의 청년 일자리 창출 정책에 맞춰 지난해 1800여명을 새로 채용한 은행들이 뒤로는 2900여명을 내보냈다. 정부 코드에 맞춰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는 듯 했지만 1년 새 1100명이 넘는 뱅커들이 은행을 떠난 것이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면 전체 은행권 일자리는 결국 줄어들게 된다는 쓴소리가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앞다퉈 채용규모를 늘려온 시중은행들이 연초부터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한 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은 모두 2860여명의 임직원들을 회사에서 내보냈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해에만 1000여명이 넘는 직원이 희망퇴직으로 대거 짐을 쌌다. 

신한은행은 지난 8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자를 받았는데 780여명의 직원이 몰렸다. 지난해(280여명) 희망퇴직자와 비교하면 3배 가까이 늘었다. 신한은행의 희망퇴직 대상자까지 포함하면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옷을 벗은 뱅커들이 3000명이 훌쩍 넘는 셈이다. 

은행들이 새 정부가 권장하는 일자리 창출 코드에 맞춰 지난해 약 1770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한 것과 비교하면 기존 인력을 지속적으로 줄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희망퇴직으로 신규채용 인원 차이가 무려 1100여명 넘게 나기 때문이다. 이같은 추세가 계속되면 은행권 일자리는 큰 틀에서 점차 줄어 들 수 밖에 없게 된다. 

은행권은 온라인·모바일뱅킹 등으로 비대면 거래가 늘어나면서 감원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4차 산업혁명 아래 금융기반이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금융서비스를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만큼 올해 더 많은 인력 구조조정이 일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간관리자 인력과 임금피크제에 적용되는 인력이 많은 기형적 항아리형 인력구조를 해결하기 위해 희망퇴직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회사는 희망퇴직을 절대 강요하지 않는다"며 "희망퇴직 직원이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도록 퇴직금이나 위로금으로 충분한 보상도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세대 간 빅딜 유도' 발언과 함께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희망퇴직 확대를 청년 일자리 확대를 위한 선순환 흐름으로 보면서 은행들의 '두 토끼(신규채용·희망퇴직)' 잡기는 앞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산업은 청년고용을 더 늘릴 수 있는 여력이 다른 산업보다 더 크다"며 "희망퇴직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데 대해 세대 간 합의가 원만히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에 대해 금융노조는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금융노조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나는 인력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 사회적 안전망은 갖춰놓지 않은 채 젊은이들의 신규채용만 늘리라는 편협한 시각으로 이 문제를 접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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