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속에서도 해외 공략 나서는 건설사들
악재 속에서도 해외 공략 나서는 건설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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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주택 건설 현장.(사진=한화건설)

국제유가 상승 '호재'…원화강세·국제정세 악화 등 위험성도

[서울파이낸스 나민수 기자] 올해 주요 건설사들은 국내 주택시장보다는 해외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정부의 주택시장 규제와 금리인상이라는 변수가 있고 무엇보다 최근 수년간 분양했던 아파트들에 입주가 몰리는 등 국내 주택시장 전망 자체가 밝지 않아서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국제유가 상승 흐름이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점은 장기적으로 건설사들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계속되는 원화강세와 더불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 텃밭인 중동의 정세 불안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할 수 없는 만큼 올해 수주 환경은 현재로서는 오리무중이다.

주요 건설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신년사를 종합해보면 올해는 해외건설 수주 강화에 무게가 실렸다.

정수현 전 현대건설 사장은 "축적된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수주를 확대해 매출 증대와 손익 개선을 이뤄야할 것"이라고 말했고 한찬건 포스코건설 사장은 "올해는 향후 10년간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글로벌 시장에서의 차별적 경쟁 우위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석주 롯데건설 사장도 "롯데건설의 미래는 해외사업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밝혔고, 조기행 SK건설 부회장은 "해외 인프라 사업을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해외시장 공략에 나선다고 밝혔지만 시장 상황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전문가들이 올해 가장 중요한 변수로 꼽는 것은 '중동시장 불안'이다. 중동시장은 국내 건설사들의 수주 텃밭으로,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액 290억달러 중 절반인 146억달러를 중동에서 수주했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중동 산유국의 재정이 풍족해져 인프라 구축 등 다양한 사업의 발주가 잇따른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젊은 왕세자 모하메드 살만이 서울의 44배에 달하는 대규모 주거 업무도시 '네옴(NEOM)'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힌 만큼 사우디 발주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OPEC 최대 석유 생산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예멘 후티 반군 공습은 중동 지역 불안을 부추기고 있으며 세계 최대 산유국 중 하나인 베네수엘라의 석유 생산량이 미국의 제재 이후 급감하고 있는 것도 국제유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새로운 시장으로 열릴 것으로 기대됐던 이란은 최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빚고 있으며 내부에서는 반정부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이외에도 카타르 단교로 인한 국가 간 분쟁, 이라크·쿠르드 간 충돌 확산 등 각종 변수가 수두룩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군사협력을 놓고 한국과 외교적 갈등을 보였던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의 관계가 최근 다시 '봉합'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UAE 무함마드 왕세제 특사 자격으로 방한한 칼둔 아부다비 행정청장을 만난 문재인 대통령은 "양국 관계를 아크(아랍어로 '형제')부대의 이름처럼 진정한 형제 국가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길 바란다"고 밝혔고 칼둔 행정청장은 "한국은 UAE의 가장 소중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라고 답했다.

칼둔 행정청장은 이에 앞서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조찬을 갖고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제3국 원전 시장에 공동 진출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건설 시장의 변수가 이전까지 유가였다면 지금은 중동시장 정세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중동시장이 안정돼야 유가도 안정되고 발주도 다시 시작될 수 있기 때문에 건설사들도 중동 정세를 주의 깊게 들여다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속되는 '원화강세'도 주요 변수로 주목하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3년2개월 만에 장중 1060원대까지 급락했다. 불과 3개월전까지 1130원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환율이 떨어지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업계에서는 1분기 1080원대까지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이 수준에서 더 떨어지면 사실상 수주도 힘들고, 수주를 하더라도 손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최근 국제유가 회복세에도 웃지 못하는 이유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해외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좋은 사업을 따와야 하지만 원화 강세가 오래 지속되면 대규모 발주가 늘어나도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경쟁에 밀리기 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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