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만에 집 '뚝딱'…모듈러주택 활성화 조짐
일주일 만에 집 '뚝딱'…모듈러주택 활성화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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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양 모듈러 실증단지. (사진=한국건설기술연구원)

공사비·기간↓…'진동·화재 취약' 문제는 해결과제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최근 주택시장에서 조립식 '모듈러주택'이 활성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공사비 절감이 가능한 데다 짧은 공사 기간으로 재난피해 이재민들에게 '가뭄의 단비' 역할을 하면서 업계에선 기대감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지난달 26일 서울 가양동에서 모듈러주택 실증단지인 '라이품(Lipoom)'을 선보였다. 

공업화 주택이라고 불리는 모듈형주택은 공장에서 70% 이상 제작된 집을 쌓아올려 만든 집을 의미한다. 거실과 주방, 화장실까지 공장에서 제작하고, 현장에서는 레고처럼 조립하면 되는 구조다.

2000년대 초반에 처음으로 국내에 발을 들인 후, 취약한 단열 등이 문제점으로 꼽히며 업계에서 외면받는 듯 했으나 최근 들어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하는 눈치다.

이처럼 모듈러주택이 전환점을 맞은 것은 기존 주택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효율성' 때문이다.

높은 효율성은 공사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선 모듈러주택은 현장에서 건축하는 기존 주택과는 달리 자재 대량 구매, 공장에서 일괄 제작하는 과정을 통해 제작 단가를 10~20% 정도 낮출 수 있다.

물론 공장에서 제작을 대부분 마치기 때문에 도심에서 먼지나 소음 갈등 없이 건물을 지을 수 있다는 점도 모듈러주택 공법만의 매력이다. 그간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차음, 단열 등도 개선되고 있다.

건설연은 라이품에 12가지의 실증기술을 구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택성능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모듈러 유닛 바닥을 적용하고 모듈 사이에 방진패드를 삽입해 소음차단 기능을 높였으며 기밀 방습지·기밀 테이프 등으로 외단열시스템까지 적용했다.

건설연 관계자는 "대량생산을 통해 전체적인 주택가격을 저감할 수 있고, 공기가 짧아지면서 시간 제약을 받지 않는다"면서 "단열 등의 성능도 높아져 일반 아파트처럼 생활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짧은 공사기간' 덕분에 모듈러주택은 재난피해 이재민들에게 삶의 터전을 제공해줄 수 있는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재난이 발생할 경우 이재민들을 수용할 수 있는 주거공간 조달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모듈러주택의 제작 기간은 일주일이 채 걸리지 않아 빠른 조달이 가능하다.

모듈러 목조주택의 경우 거실과 침실, 화장실을 갖춘 20평의 제작 기간이 길면 닷새이며, 현장설치는 단 하루 만에 끝낼 수 있다. 이번 라이품 역시 6층에 달하지만, 이를 짓는 데 걸린 시간은 4일이다.

더구나 간편한 설치만큼 재설치도 수월해, 이삿짐을 싸지 않아도 대형 트럭이나 지게차를 이용해 거주지를 옮길 수 있다.

이같은 장점을 활용해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11월 홍천군 태학리 재난위기가정에 모듈러주택 6채를 기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모듈러주택이 사회초년생들을 위한 행복주택, 이재민 구조 주택 등으로 공급되다가 점차 대중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목재나 철골을 주로 사용하는 만큼 콘크리트 건물보다 진동, 화재에 취약하다는 점은 앞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업계 관계자는 "불과 2~3년 전만 해도 모듈러주택에 나서는 기업은 일부에 불과했지만,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참여기업도 많아지고 발전 속도 역시 빨라지고 있다"면서 "현재 6층 이상 고층 건물을 짓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국내 연구원들이 12층 이상 중·고층 모듈러 건축기술을 개발 중이기 때문에 화재 취약 등의 문제만 해결된다면 모듈러주택 확산은 시간문제"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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