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웅제약, 반항보다 본업에 집중할 때
[기자수첩] 대웅제약, 반항보다 본업에 집중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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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대웅제약이 2년째 고집을 부리고 있다.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인지장애 개선제 대조약(對照藥·reference drug)을 변경한 정부에 계속 딴지를 거는 모양새다. 인지장애 개선제 '글리아티린' 판권이 바뀐 게 도화선이 됐다. 앞서 이탈리아 제약사 이탈파마코의 글리아티린 국내 판권은 대웅제약에서 종근당으로 넘어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대조약 변경에 나섰다. 판권이 바뀌었으니 복제약 표본도 바뀌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때부터 대웅제약 반항이 시작됐다. 첫번째 이유는 납득이 갔다. 식약처가 대조약을 바꾸는 과정에서 의견조회가 없었다는 것이다. 식약처를 대상으로 행정심판을 제기한 대웅제약은 인지장애 개선제 대조약 지위를 되찾았다. 이후 시중에 풀렸던 대웅제약 글리아티린 제품 유통기한이 만료되면서 대조약 지위도 내려놓게 됐다. 그러자 이번엔 관계사 대웅바이오가 판매하는 '글리아타민'을 대조약으로 지정해 달라고 요구한다. 대표까지 직접 공식 석상에 올라 호소했다.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 대조약이 종근당글리아티린으로 공고된 뒤에도 대웅 측 반대는 계속됐다. 식약처에서 대조약 선정 기준으로 제시한 '원개발사 품목' 규정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식약처는 '현재 원개발사로부터 원료를 받아 만들어지는 약'이 원개발사 품목이라고 적시했다. 하지만 대웅 측은 빈틈을 찾아냈다. 업계에서는 암묵적으로 원개발사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약사법에 명시되지 않은 점을 이유로 들었다.

대웅제약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면서 대조약 선정이 늦어지는 동안 복제약 제조업체에 혼란을 줬기 때문이다. 대조약 지위로 인한 이점이 없다면서도 계속되는 요구는 의문을 갖게 만든다. 이유가 어찌 됐건 대조약 선정에 고집을 부리는 것은 득보단 실이 많은 체력 낭비다. 분쟁에 힘을 빼기보다 글로벌 제약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역량을 비축하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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