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소비자와 소통 필요한 대형가전 시장
[전문가기고] 소비자와 소통 필요한 대형가전 시장
  • 허민영 정책연구실 소비자시장연구팀 책임연구원
  • minnahuh@kca.go.kr
  • 승인 2017.12.18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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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민영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시장연구팀 책임연구원

초연결, 초지능이 특징인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같은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서 대형가전 시장에서 획기적인 프리미엄급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네트워크 기술을 활용한 소통체계 구축은 물론, 주변 환경을 최적의 상태로 유지시켜 효율성과 편리성을 제공하는 프리미엄급 제품은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대형가전업체들의 노력이 소비자와 소통에도 투영돼 있을까?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10월 발표한 2017 소비자시장평가지표를 보면, 대형가전 시장의 소비자지향성은 20개 시장 중 가장 낮게 평가됐다. 2015년 평가 당시 대형가전 시장은 중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었다. 불과 2년 만의 급격한 변동이다.

보통 낮은 평가를 받는 시장은 영세업체가 난립하거나 구조가 비정형화되어 있는 특징을 보인다. 반면 대형가전 시장은 주로 대기업이 포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최하위라는 소비자시장평가 결과는 다소 의외의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프리미엄급 가전제품의 최근 광고를 보면, 소비자가 원하는 정보를 제공하고 제품의 관리와 작동을 위한 하이테크 기술이 집약돼 있는 듯해 매우 소비자 친화적인 것처럼 보인다. 또 이러한 프리미엄급 옵션들이 소비자 니즈를 반영한 것이라며 구매 욕구를 자극한다. 그러나 소비자시장평가 결과만 놓고 보자면, 정작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최첨단 기능이나 고도의 기술만은 아닌 듯하다.

올해 시행한 소비자시장평가 결과는 대형가전 시장이 보다 소비자 지향적으로 변모하기 위한 몇 가지 착안사항을 제시해주고 있다.

첫째, 최근 대형가전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명확하고 구체적인 제품 정보 제공과 이를 제대로 설명해줄 수 있는 판매자들의 전문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면, 제품 모델명이 백화점, 대리점, TV홈쇼핑, 온라인 쇼핑몰 등 구매채널별로 조금씩 다른데, 사업자 편의를 위해 동일·유사 제품에 대해 다르게 붙인 모델명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사양 등에 대해 혼란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판매자들조차 구매채널별 모델명 구분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는 소비자들의 의견은 간과해서 안 될 것이다.

둘째, 소비자들은 제품 사양 양극화로 선택 폭이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단순 기능 제품도 없지 않지만 사업자들은 프리미엄급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어, 소비자들은 원하지 않는 기능이 포함된 제품을 비싸게 구입하는 비합리적인 상황이 발생한다. 신차 구입 때처럼 대형 가전제품에 대해 소비자들이 원하는 기능을 개별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맞춤형 제품을 생산하는 것은 불가능할까?

셋째, 대형 가전제품은 장기간 사용이 전제되는 대표적인 내구재지만 관리 소홀로 인한 화재나 폭발 등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한다는 점이다. 대형가전 제품의 안전한 사용이 가능하도록 주기적인 점검 등 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최근 대형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주요 사업자들이 한국소비자원과 손잡고 '가전제품 사용 소비자의 안전을 위한 사업자 정례협의체'를 발족하고 노후 가전제품 화재예방 무상점검 캠페인을 시행한 바 있다. 이런 사업자들의 자율적 개선 노력이 시장의 소비자지향적 개선을 위해 작지만 큰 한 걸음이라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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