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라, '복고' 신고 날았다
휠라, '복고' 신고 날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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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휠라 운동화 '코트디럭스'(사진=휠라)

1990년대 로고 재해석, '젊은' 이미지 변신 성공…윤근창 부사장 진두지휘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휠라코리아가 '복고 열풍'에 힘입어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단순한 '과거로의 복귀'가 아니라 현대적으로 다시 풀어낸 것이 이미지 변신에 큰 도움이 됐다. 1990년대 로고를 재해석한 '헤리티지(Heritage·브랜드 자산)' 라인은 젊은 층을 파고들었다. 헤리티지 콘셉트로 출시한 운동화 '코트디럭스'와 로고가 크게 적용된 제품들은 인기를 끌면서 매출을 견인했다.

휠라는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브랜드다. 1990년대 처음 국내에 소개됐을 땐 10·20세대 '필수 아이템'으로 손꼽혔다. 하지만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나이키나 아디다스 같은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에 밀렸다. 매출액은 점차 줄어들었다. 휠라코리아 국내 부문 매출액은 2011년 4577억원에 이르렀지만, 2014년 3000억원대로 주저앉았다. 2015년에는 40억원의 영업손실을 봤고, 지난해 손실 폭은 310억원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올해 1분기 매출이 3년 만에 처음 증가하면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았다. 3분기 누적 매출액(2406억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2239억원)에 견줘 7% 늘었다. 적자 폭도 174억원에서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29억원으로 줄었다. 지난해부터 대대적인 브랜드 개편을 단행한 덕분이다. 20대 소비자들을 겨냥한 헤리티지 라인을 새로 선보였고, 업계 간 경계를 뛰어넘어 다양한 협업 상품을 출시했다. 지난해 9월 출시한 코트디럭스는 11월 중순까지 80만켤레가 팔렸다. 업계에서 한 달 동안 1만켤레를 팔면 선방했다고 보는 것에 비춰보면 상당한 실적이다.

식품업체 빙그레, 농심과 손잡고 선보인 '코트디럭스 메로나' 운동화와 '새우깡 협업 라인'도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코트디럭스 메로나는 출시 2주 만에 초도물량 6000켤레가 동났다. 음료 브랜드 펩시 로고를 적용한 의류와 액세서리도 일부 제품이 소진되면서 재생산에 들어갔다. 내년에도 협업 제품 출시는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휠라 측은 "늘 새로운 것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갈증 해소를 위해 범위에 한정 짓지 않고 협업을 구상한다"고 말했다.

▲ 윤근창 휠라코리아 부사장 (사진=휠라)

이 같은 인기 배경에는 '착한 가격'이 있었다. 구매력이 높지 않은 10~20대를 공략하는 만큼 경쟁사 제품보다 가격을 3만~4만원가량 저렴하게 책정했다. 코트디럭스와 후속작 '디스럽터2'는 모두 6만원대다. 회사 관계자는 "디스럽터 제품은 해외직구(직접 구매)를 통해서만 접할 수 있었지만, 휠라가 한국에 6월 론칭하면서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들이 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휠라는 '소싱력'이 있었기 때문에 '합리적인' 가격 책정이 가능했다고 본다. 휠라 관계자는 "제품 위탁 시 대부분 공장이 가격 협상력을 갖는 것과 달리 우리는 중국에 소싱센터가 있어 제품을 역제안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좋은 제품을 경쟁력있는 가격에 선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휠라 소싱센터는 2008년 중국 푸젠성 진장에 마련됐다. 도매 채널을 확대한 점도 유통 비용을 줄여 원가율을 낮췄다.

휠라 쪽은 코트디럭스 기획부터 마케팅, 도매 채널 확대까지 윤근창 부사장이 총괄했다고 귀띔했다. 윤 부사장은 윤윤수 회장의 장남으로, 2007년 휠라USA에 입사해 실무를 익혔다. 2015년부터는 휠라코리아에 합류해 풋웨어총괄본부장(신발사업본부장)을 겸임하고 있다. 휠라 관계자는 "도매 채널 확대를 비롯해 윤 부사장은 미국 법인에서 시행하던 정책을 한국으로 적용시켰다"며 "운동화 한 개 가격에 특별 세트를 주는 더블디럭스데이부터 다양한 행사를 진두지휘하면서 10대 마음을 읽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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