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비 다시 '꿈틀'…시공사 선정 앞둔 단지 "우리는?"
이사비 다시 '꿈틀'…시공사 선정 앞둔 단지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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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사진=연합뉴스)

수원 영통 2구역 매탄주공 재건축에 1000만원 이사비 제안
대치 쌍용2·반포주공1단지 3주구 "개정안 유예기간 필요해"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정부가 '고가 이사비' 근절에 나섰음에도 재건축 사업지 곳곳에선 또다시 이사비가 부활하는 분위기다. '이사비 상한선'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 아직 나오지 않은 데다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기준'이 시행되기 전에 사업을 진행하려는 재건축 조합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어서다.

이사비 제안이 다시 고개를 내밀자 시공사 선정을 앞둔 단지들 사이에선 이를 두고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이사비 부활' 논란에 휩싸인 곳은 수원 영통2구역 메탄주공아파트다. 이 단지 재건축 시공사 선정에 참여한 GS건설·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은 이사비 1000만원 무상 지원을, 롯데건설은 무상 지원 500만원, 유상 500만원을 대여해주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찰제안서에 '입찰 마감 전 국토교통부가 이사비 관련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경우, 그 지침을 따른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었지만, 입찰 마감일인 지난달 27일까지 국토부의 지침이 없어 그대로 진행된 것이다.

국토부는 지난 10월 시공과 관련 없는 이사비·이주비를 제안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기준' 고시 개정안을 내놨다. 빠르면 이달 말 시행될 개정안은 조합이 자체 정비사업비에서만 이사비를 제안할 수 있으며, 시공과 관계없는 비용을 조합에 제안한 건설사의 입찰을 무효 처리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조합 관계자는 "국토부의 개정안이 나오기 전 이미 이사비 상한선을 1000만원으로 두고 사업을 진행해 왔다"면서 "이사비를 많이 받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과도한 이사비 제안을 막기 위해 1000만원으로 금액을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도 "조합의 의견에 따라 이사비를 정했지만, 무상으로 지원하는 금액은 500만원 뿐"이라며 "정부의 지침이 나올 경우 이를 적극 수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8일 시공사 선정총회를 연 대구 송현주공3단지 입찰에 참여한 현대건설과 GS건설도 각각 700만원의 이사비를 제안한 바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건설사들을 향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고액 이사비 논란이 커졌을 당시 건설사들은 '재건축 수주 자정 결의'를 통해 과도한 이사비·이주비 등 경쟁을 중단하고 질적인 경쟁을 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이사비 부활로 인해 시공사 선정을 앞둔 재건축 단지에선 '형평성'을 문제 삼은 항의가 거세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지난 10월 이사비를 근절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기준이 정해지지 않아 타 단지들이 일종의 유예기간을 받은 게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는 것.

내년 2월 시공사 선정을 앞둔 강남구 대치 쌍용2차 재건축 조합원 이모 씨(57·여)는 "수원 영통2구역에서 1000만원의 이사비 제안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은 후부터 솔직히 '우리까진 괜찮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라면서 "정부가 이사비 기준이 담긴 방안을 시행하더라도 몇 달의 유예기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조합원 최 모씨(60·남)도 "이사비를 무작정 달라는 게 아니라 현실적인 수준을 고려해서 맞춰 달라는 것"이라며 "개정안을 시행하기 전에 정부는 이사하는 데 드는 비용과 복비, 주변 시세를 따져 이사비 상한선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부 관계자는 "법안이 아직 완전히 정비되지 않았지만, 건설사들이 이사비를 일체 지원하지는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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