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사추세츠주 그레이트배링턴의 델리 가게 주인인 프랭크 토토리엘로는 5000달러가 필요해 은행 문을 두드렸으나 대출을 거절당했다. 그는 E.F.슈마허협회에 조언을 구해 자체 화폐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기로 했다. 소위 채소화폐로 불리는 ‘델리 달러’에는 ‘10달러 어치 식료품으로 바꿔준다’고 표시했고 큰 인기로 상품 공급이 달리자 언제 이후 바꿔준다고 할 정도였다. 은행이 하지 못한 역할을 지역주민의 성원으로 신용이 이뤄지고 한 지역 가게가 활성화된 것이다.

우리 주변에도 현금을 대신하는 금, 은, 사이버머니, 문화상품권, 주식 등이 도처에 있다. 최근에는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이 지난 7일 국내 한 가상화폐거래소에서 장중 2100만원을 돌파해 화제가 되고 있다. 또한 앞서 SCI평가정보가 가상화폐 자회사를 설립한다는 소식에 연속 상한가를 기록해 과열 우려로 거래가 중지되기도 했다. 정부는 비트코인을 화폐로 인정할 수 없다며 규제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논란과 관심은 더욱 뜨거워 지고 있다.

가상 화폐의 원조인 비트코인은 2009년 1월 나카모토 사토시가 개발했다. 비트코인의 첫 거래는 2010년 5월 22일 미국 플로리다에 사는 라스즐로 핸예츠가 인터넷에 ‘피자 두 판 값을 내주면 비트코인 2만 개를 주겠다’는 글을 올리면서 시작된다. 한 영국인이 4만원의 주문을 넣어 비트코인 2만개의 가치는 당시 4만 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나자 130만 원이 됐고 이듬해 4월에는 4000만 원, 2013년 2월에는 6억5000만 원으로 치솟았다. 2만 비트코인의 요즘 시세는 수천억원에 이른다.

비트코인에 이어 이더리움 등 가상 화폐가 봇물처럼 등장하고 국내에서만 가상화폐거래소가 100곳이 넘는다. ‘빗썸’이란 거래소의 하루 거래액은 코스닥 거래량을 추월할 정도다.

비트코인을 얻기 위해서는 컴퓨터의 연산능력을 이용해 수학문제를 풀어야 한다. 하지만 일반인에게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어서 돈을 주고 거래한다. 비트코인은 총 2100만개까지 발행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전문가들은 2150년이면 비트코인이 모두 발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비트코인 열기는 화폐의 기능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비트코인 열기를 중앙집중식인 현 화폐에 대한 도전으로 볼 수도 있다. 철저히 분산 구조를 택해 익명성을 보장하기에 경기도는 지자체의 공모사업 심사에 가상화폐의 근간 기술인 블록체인을 활용하기도 했다.

비트코인은 현 화폐와 달리 사용처가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다. 즉 일상 생활에 불편함이 없을 정도의 교환 기능이 있어야 하지만 현재로선 한국 내 사용처는 127곳에 불과하다. 북한에서도 식당, 카페, 술집 등 3곳에서 비트코인이 사용 가능하다.

비트코인을 만든 사토시 나카모토가 실제 일본인인지 등 확인조차 되지 않는 등 비트코인의 출생 배경부터 애매하지만 비트코인 열기는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12월 10일과 18일 각각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와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비트코인 거래가 시작된다. 비트코인이 금, 은과 같이 투자 자산으로 인정받고 개인 외 대형 기관들까지 참여의 폭이 확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트코인이 현 중앙집중식 화폐를 보완해 줄지, 아니면 투기 광풍의 소모품으로 전락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머니 게임의 또다른 이면이 아니길 바라며 채소화폐와 같은 따뜻한 돈의 기능을 기대한다면 지나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