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잘 나가네"…천덕꾸러기 '저층'의 이유있는 반전
"이젠 잘 나가네"…천덕꾸러기 '저층'의 이유있는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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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 저층부의 인기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저층 가구에 테라스 설계를 적용한 '속초자이' 견본주택 내방객 모습. (사진=GS건설)

지난해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 중 저층부 29%…'특화설계' 주효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수요자들에게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아파트 저층부가 화려하게 비상하고 있다. 저층의 선호도를 높이기 위해 건설사들이 테라스나 높은 천정고 등 특화설계를 도입하자, 저층만 고수하는 마니아도 생긴 모습이다.

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 아파트 중 1~5층 저층부 아파트의 거래가 가장 활발했다. 저층 아파트의 거래량은 2만865건으로 전체 거래량(7만1775건)의 29.07%를 차지했다.

이어 △6~10층 26.93% △11~15층 23.09% △16~20층 12.16% △20~25층 4.91% △25층 이상 3.82%순으로 거래가 많았다.

방범, 사생활 침해 등을 이유로 수요자에게 외면 받았던 아파트 저층부가 거래시장에서 인기 상품으로 떠오르며 상층부 아파트의 거래량을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예전에는 저층이라면 무조건 기피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요즘 아이가 있는 가정에선 저층을 선호하고 있다"면서 "테라스 설계가 적용되거나 창고 등이 주어지는 특화설계도 저층 아파트 인기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아파트 시장뿐 아니라 분양시장에서도 저층의 인기는 상층부 못지않다. 실제 업계에선 최근 건설사들이 저층부에 다양한 특화설계를 적용하면서 경쟁력이 더 높아졌다고 입을 모은다.

대표적인 저층 특화설계로는 '테라스 구조'가 꼽힌다. 저층 외부에 오픈형 테라스를 도입해 정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수요자의 호응을 많이 얻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같은 평형대여도 실사용 면적은 다른 층보다 훨씬 더 넓기 때문에 수요자들은 이를 더욱 환영하는 분위기다.

GS건설은 이달 강원 속초시에서 분양한 '속초자이'에 테라스 설계를 선보였다. 저층 전용 82㎡에 속초 최초로 테라스형 오픈 발코니를 적용했으며, 천장고를 2.4m로 시공해 실내 개방감을 높였다. 이 결과 '속초자이'는 1순위 청약 접수에서 641가구 모집에 1만2337명이 몰리면서 평균 19.2대 1로 전 주택형이 마감됐다.

두산건설과 모아종합건설도 저층 가구 판매 전략으로 테라스 설계 카드를 내밀었다. 두산건설은 서대문구 흥은6구역에 분양 중인 '북한산 두산위브 2차' 저층 전용 56㎡T 타입 46가구에 테라스 설계를, 모아종합건설은 경기도 시흥시 '장현지구 모아미래도 에듀포레'에 약 40평 규모의 광폭 테라스(일부 가구)를 도입할 예정이다.

투자자의 입장에서도 저층 아파트는 효자 상품이다. 분양가와 매맷값이 고층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해 진입장벽이 낮은 데다 이전까지는 수요자의 선호도가 낮은 탓에 환금성이 떨어졌지만, 이제는 저층 매물의 인기가 많아지고 있어서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몇몇 투자자들은 저렴한 매매값으로 저층부 아파트를 매입한 후 상층부와 별다름 없는 전셋값으로 집을 내놓는 방식을 통해 수익을 얻기도 한다"면서 "저층은 실수요자뿐 아니라 투자자에게도 매력적인 상품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권 팀장은 "다만 특화설계가 적용된 저층 가구는 분양가도 함께 인상되기 때문에 가격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며 "사생활 침해 문제 등도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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