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원 조달·택지 확보 어려움 등 과거 실패 반복할 수도"
[서울파이낸스 나민수 기자] 29일 정부와 여당이 무주택 서민과 실수요자를 위해 주택 100만 가구를 공급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주거복지 로드맵'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지적으로 집값에 영향이 있겠지만 시장 전체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과거 정부에서 공공임대주택 정책이 실패한 원인이었던 '재원 조달'과 '택지 확보'의 구체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이번에도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8·2 대책을 비롯해 종전의 대책들은 굉장히 강력한 수요 억제책들이었는데, 이번 정책은 현 정부 들어서 첫 주택공급 프로그램을 내놓은 것이어서 의미가 있다"며 "연평균 20만호씩 공급하는 게 생각보다 많은 수치의 물량이라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100만 가구를 사람들이 원하는 지역에 적재적소에 얼마나 공급할 수 있고 임대료 수준이 얼마가 될지가 더 중요하므로 자세한 가이드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역대 정부에서 임대주택 정책을 발표해서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다. 늘 목표는 크게 잡았지만 과정에서 잘 안 됐다"며 "이번에도 재정 뒷받침이 되는지, 토지 확보가 짧은 시간 내에 수도권 외곽지가 아닌 곳에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발표한 정책이 집값 등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큰 영향이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공공주택 공급이 많아지고 주변 시세보다 싸게 나오면 주변 집값이 다소 하락할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 집값이 하락했을 때는 정부의 대책 발표가 아닌 글로벌 금융위기 등 외부적인 요인이 많았다"라며 "특히, 정부가 택지를 매입하고 실수요자들에게 실제로 공급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로드맵의 효과는 생각보다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인만 부동산연구소 소장은 "정부가 의욕이 넘쳐 로드맵에 많은 내용을 담았지만 결국 이전 정부들의 주거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라며 "특히, 이번 대책은 8.2 부동산대책에도 집값이 오른 서울에 대한 대책이 담겨 있지 않은 만큼 서울 집값은 여전히 강세를 보이겠지만 수도권의 경우 단기간에 공급이 늘어나며 집값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은 "향후 값싼 공공주택 분양이 대거 쏟아지기 때문에 굳이 서둘러 집을 사지 않는 대기 수요가 증가해 집값이 안정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분양물량이 많은 곳에서는 분양을 받기 위한 전세 수요 증가로 일시적인 전세 시장 불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