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 인준청문회> 은행 규제 차별화·통화정책 독립성 강조
[서울파이낸스 손지혜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제롬 파월 의장 지명자가 '12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내비쳤다. 구체적인 테이퍼링 계획도 밝혔다. 은행에 대한 규제정책에 대해서는 대·소형은행 간 차별화를 시사했다.
파월 지명자는 28일(현지시간) 상원 은행위원회 인준청문회에서 "금리 인상의 여건이 뒷받침되고 있다"며 "금리를 정상화할 때"라고 말했다. 다만 "최종 결정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전제를 달았다.
하지만 연준 의장 지명자의 이같은 수위의 발언은 사실상 올해 마지막 FOMC에서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임을 기정사실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추가인상이 이뤄지면, 미국의 기준금리는 현 1.00~1.25%에서 1.25~1.50%로 오르게 된다.
그는 금리 인상의 근거로는 경기회복을 지목했다. 그는 미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올해 2.5%, 내년 2.0~2.5%로 각각 전망했다. 반면 연방정부의 재정 건전성에 대해선 "매우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반적인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재닛 옐런 현 의장의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앞서 상원에 제출한 서면답변에서도 "기준금리가 추가로 인상되고 연준 대차대조표상 자산은 점진적으로 축소(테이퍼링)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파월 지명자는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스케줄에 대해 "3~4년에 걸쳐 연준 보유자산 4조5천억 달러(약 5천조 원) 가운데 2조5천억~ 3조 달러가량 줄이는 게 적당하다"고 말했다.
파월 지명자는 금융규제와 관련해서는 "전반적으로 현재의 금융시스템은 꽤 탄탄하고 금융규제는 충분히 강하다"면서 "소형은행들에 대해 규제 부담을 덜어주는 쪽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산규모 100억 달러(약 11조 원) 미만인 은행에 대해서는 '볼커룰'(Volcker rule)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볼커룰'은 자기자본을 이용한 투기성 거래를 제한하는 규정이다. 은행 규모에 따라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에 보조를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파월 지명자는 연준 통화·금융감독 정책의 독립성에 대해 "정치적 독립과 초당적 지위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어느 사람과의 대화에서도 정치적 간섭이 우려되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면서 "스티븐 므누신 재무부 장관 역시 연준의 의사결정에 어떤 역할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파월 지명자는 공화당원이면서도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연준 이사로 임명됐다. 상원 전체회의 인준표결을 통과하면 내년 2월 취임하게 된다. 표결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지만 무난하게 의회 문턱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