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분양물량 '풍성'···경기권은 소화불량 탓에 '울상'
연내 분양물량 '풍성'···경기권은 소화불량 탓에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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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파주시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내달 7만3744가구 중 35% 차지시장에선 이미 포화상태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건설사들이 연말 막바지 분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12월은 분양 비수기로 통하지만, 내년부터 적용되는 금융규제를 앞두고 마음이 조급해진 건설사들이 너나할 것 없이 물량을 쏟아내는 분위기다.

공급이 부족한 서울은 '함박웃음'을 짓고 있지만, 수요가 부족한 경기권에선 '소화불량' 우려가 커지면서 '울상'이다.

28일 부동산114 등 업계에 따르면 오는 12월 전국에 7만3744가구(임대포함)가 공급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5만3430가구)보다 38%(2만314가구) 증가한 수준이다.

그중에서도 경기에 가장 많은 물량이 집중됐다. 용인시 성복동 '성복역롯데캐슬파크나인'(534가구), 하남시 풍산동 '하남힐즈파크푸르지오'(404가구) 등 전국 분양 예정물량의 35%인 2만5717가구가 쏟아진다.

서울은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자이'(1996가구), 송파구 거여동 'e편한세상 송파파크센트럴'(1199가구) 등 총 6149가구, 부산은 'e편한세상동래온천'(439가구), '부산센텀하우스디'(253가구) 등 6391가구가 집주인 맞이에 나선다.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금융규제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자 분양시장 위축을 우려한 건설사들이 앞다퉈 물량을 연내에 밀어내려고 하는 눈치다.

내년 1월 신DTI가 도입되면 현행 DTI보다 차주의 상환능력을 더 꼼꼼하게 따지고, 연소득 대비 상환액을 계산할 때 차주가 보유한 모든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을 반영하기 때문에 대출 한도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내년 하반기에 DSR까지 도입되면 주택담보대출은 물론이고 모든 가계대출이 반영돼 대출 문턱은 더욱 높아지게 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금융규제 탓에 내년 분양시장이 올해보다 악화될 가능성이 큰 만큼 수요자들이 청약을 서두를 때 분양을 마쳐야 한다는 게 중론"이라면서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 시스템 개편으로 분양일정이 미뤄진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잇따르는 공급물량 탓에 지방뿐만 아니라 경기권 등 수도권에서도 미분양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많은 입주물량이 쌓여있는 상황에서 신규 아파트 물량까지 더해지면 '소화불량'에 걸릴 것이라는 우려다.

실제 당장 다음 달만 따져봐도 경기도에 가장 많은 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전국에서 5만1560가구의 아파트가 입주를 시작하는데, 이 중 경기권에만 47%인 2만4821가구가 몰려있다. 이는 월별 경기 입주물량 중에서도 가장 많은 규모다.

경기에선 올 한 해 동안 12만8000여 가구가 입주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경기권 분양시장에선 미분양 우려가 이미 가시화된 모습이다. 지난 23일 1순위 청약을 진행한 시흥 '신천 코아루 웰라움'은 168가구 모집에 52가구가 미달됐고, 동탄2신도시 '대방디엠시티더센텀'은 457가구 모집에 178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지난 10월 분양한 안성 '경동 메르빌'은 317가구를 모집했지만 아예 단 한 명도 청약에 나서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수요는 부족한데 계속 공급이 넘치면 자연스레 경기권 분양시장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공급을 이길 장사가 없다는 얘기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분양시장에 활기가 넘치는 경우엔 비교적 입지가 좋지 않은 곳도 인기가 좋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서울을 제외한 곳에선 미분양 우려가 커진다"면서 "입주물량이 적지 않은데 공급물량까지 많다면 상황은 더욱 안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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