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종의 세상보기] 잠재우지 않는 회사
[김무종의 세상보기] 잠재우지 않는 회사
  • 김무종 좋은문화연구소 소장
  • gblionk@gmail.com
  • 승인 2017.11.24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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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직장에 취업해 놓고도 퇴사를 꿈꾸는 청년들이 적지 않다고 않다. 높은 청년실업률에 무슨 배부른 소리냐는 얘기가 나올 법도 하지만 이들의 재취업 내지 창업을 강의하는 퇴사학교 등이 성황인 것을 보면 쉽게 넘길 사안은 아닌 것 같다.

문제는 잠재우지 않는 회사에 있다. 요즈음 젊은 세대는 자기만의 시간에 대해 소중한 가치를 느낀다. 고도성장기에는 야근과 주말근무가 성실의 미덕이었지만 지금은 악덕의 대표가 됐다.

평생 직장의 의미가 사라진 지금, 청년 직장인들은 퇴근 시간 이후에는 자기만의 여가 및 자기계발 시간 등을 원한다. 하지만 현실은 상사 눈치를 보며 야근을 해야 하며 원치 않는 회식도 참석해야 하니 나름 죽을 맛이다. 조직에서 리더로 자리 한 40대 이상의 중년 직장인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중 멕시코 다음으로 노동시간이 많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주당 최대 근로시간은 52시간이다. 근로기준법 상 1주에 대한 규정이 없어 고용노동부는 1주를 휴일(토·일요일)을 제외한 근로의무가 있는 날로 행정해석하고 최대 68시간 근무를 허용해왔다. 문제인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을 추진중으로 기업은 비용부담 증가와 생산성 저하 등을 우려하고 있다.

이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지난 23일 오후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심의했으나 휴일수당에 대한 일부 이견으로 28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서는 여야가 큰틀에 합의한 분위기여서 내년 7월부터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정부, 노조, 기업 등 각자 입장에 따라 근로 시간 단축 이슈가 첨예하다.

4차 산업혁명과 지식경제에서 노동은 양보다는 질적인 견지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지금과 같은 저성장기에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는 각 이해주체가 눈앞의 득실보다는 좀더 큰 그림을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저녁이 있는 삶은 근로자의 행복추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동시에 기업 입장에서도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높여 실적과 가치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퇴직률을 줄여 구인과 교육 등 관련 비용을 낮출 수 있다. 

각종 연구를 통해서도 근로시간 단축이 중장기적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것 외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 조사자료 등을 바탕으로 실증분석한 결과 주당 근로시간이 1% 감소하면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0.79%, 임금근로자는 0.67%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임금근로자가 총 1954만6000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주당 근로시간을 1% 줄이면 대략 13만개 정도의 일자리가 생기는 셈이다. 39.7시간에 달한 한국인들의 주당 근로시간을 OECD 평균(33.8시간)까지 낮출 경우, 이론상으로 30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서는 제도 개선 외 당사자인 기업의 조직 문화 개선도 필요하다. 일부 기업들이 퇴근 시간을 강제하는 등 일과 삶(가정)의 균형을 위해 필요 조치를 내놓고 있지만 여전히 구성원들이 상사 눈치를 보거나 일당백의 과도한 업무량 등으로 말뿐인 정시 퇴근일 수 있다.

직장인들을 잠재우자. 신체와 마음의 건강을 확보케 해 업무 몰입을 높여 회사의 생산성을 높이고 여가 시간 활용으로 내수 경제도 살리자. 일자리도 늘릴 수 있다면 나라 사랑의 실천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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