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유커의 귀환'? 명동·이태원 상권엔 '찬바람만'
[르포] '유커의 귀환'? 명동·이태원 상권엔 '찬바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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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찾은 서울 명동 거리. 중국인 관광객이 캐리어를 끌고 가고 있다. (사진=이진희 기자)

내년 봄께나 상권 회복될 듯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유커가 돌아온다니 기쁘지만 아직은 다들 덤덤한 분위기에요. 타격이 워낙 컸기 때문에 적어도 3~4개월은 지나야봐야 매출이 회복될 수 있을지 알 것 같아요."(서울 명동 F옷가게 주인 김 모씨·38)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 문제로 갈등이 고조됐던 중국과의 관계가 해빙모드로 들어선 지 한 달 남짓. 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타격을 받았던 명동·이태원 상권은 아직 냉랭한 분위기다.

매출에 '큰 손' 역할을 하던 단체 중국인 관광객이 들어오지 않은 데다 '사드 보복' 이전 수준으로 들어오려면 최소 3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유커의 귀환이 예고되면서 공실 해소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지만 높은 임대료 탓에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22일 기자가 찾은 서울 명동은 여전히 밝고 화려했다. 크리스마스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와서 인지 매장들은 캐롤과 함께 트리 등 장식들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연출했으며 손님 유치에 나선 판촉 사원들의 목소리가 거리 곳곳에서 들렸다.

하지만 1년 전만해도 거리를 가득 채웠던 중국인들은 가끔 한두 명만 지나다닐 뿐,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아직 단체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에 들어오지 않은 탓이다.

지난달 31일 한국과 중국 정부가 관계 개선에 합의했지만, 단체 관광 비자는 아직 풀리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에선 오는 12월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가진 후 중국이 단체 비자를 풀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렇게 될 경우 단체 관광객은 1월 이후에 한국을 들어올 수 있다.

골목에서 액세서리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한 모(34) 씨는 "유커가 줄어들면서 장사를 접어야 할 지경이었는데, 다시 온다고 하니 기대하고 있는 중"이라면서 "중국인들이 한두 명씩 오긴 하지만, 단체 관광객이 하루빨리 들어와야 적자를 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주거리에서 벗어난 골목들도 활기를 되찾으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였다. 유커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생긴 공실은 아직 제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한·중 관계 회복 소식에 상가를 알아보는 사람은 늘었지만, 상가 임대료가 오를 대로 올라있어 해가 바뀌어야 공실이 조금 해소될 것이란 게 인근 중개업자들의 얘기다.

명동 큰 길가에 위치해 있는 M공인중개소의 윤 모(59) 씨는 "명동을 찾는 이들이 이전보다 크게 줄은 상황인 데도 임대료는 비슷한 수준"이라며 "이면도로의 가게를 임대하기 위해서는 최소 3억원은 있어야 명함을 내밀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메인거리 옆 골목에 자리 잡은 전용면적 69㎡는 보증금 2억5000만원에 월세가 3500만원이다. 전용 89㎡도 보증금 2억5000만원, 월세 2100만원에 물건이 나와있다. 두 가게 모두 비워져있기 때문에 권리금은 없지만, 적어도 3억~4억원은 있어야 가게를 얻고, 인테리어를 꾸밀 수 있는 셈이다.

세를 낮춰주겠다는 건물주도 나오고 있지만, 이들 공실은 1년 가까이 비워져 있을 만큼 주인 찾기에 난항을 겪고 있다.

▲ 이태원 거리에 위치해 있는 공실. 홍보 전단지와 낙서로 가득하다. (사진=이진희 기자)

명동과 함께 '핫(Hot)'한 상권으로 불리던 이태원 상권 역시 사드 보복 완화를 체감하기는 어려웠다. 이태원역 일대는 이국적인 음식점들 사이에서 낙서와 홍보 전단지로 가득한 빈 상가가 몇몇 눈에 띄었고, 압구정 로데오 거리 역시 불꺼진 상가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압구정 J공인중개업소 이 모(59) 씨는 "가게를 찾는 사람이 너무 없자 주인이 전용 33㎡ 상가의 월 임대료를 100만원가량 낮췄지만, 반년 이상 공실로 방치되고 있다"며 "가게들 중 일부는 장사가 너무 안되니까 중국인 손님이 늘 때까지 문을 닫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 매장에서는 돌아올 유커로 인한 매출 증가 기대감보다는 임대료 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압구정 로데오거리에서 디저트 카페를 운영하는 김 모(33) 씨는 "국내 방문객들의 수요가 있어 그나마 적자를 면하고 있는데, 최근 건물주가 중국인 관광객이 늘면 보증금을 올려야겠다는 말을 농담처럼 했다"며 "유커가 돌아오면 매출이 늘겠지만 오를 임대료가 더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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