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원달러 환율 '급전직하'···외환당국 개입 미온적, 왜?
[초점] 원달러 환율 '급전직하'···외환당국 개입 미온적,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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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美 환율보고서 때문에 운신 쉽지 않아"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손지혜 기자] 원·달러 환율이 연일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외환당국의 적극적인 시장개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당국이 '시장을 예의주시 한다'는 구두 개입만 할뿐 실제 개입규모는 미미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 대비 6.7원 하락한 1089.1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장 대비 4.8원 내린 1091원에 개장해 장중 1091~1093원대에서 등락하다 1080원대로 주저 앉고 말았다. 심리적 마지노선인 1090원선이 붕괴된 것이다. 외환딜러들은 1060원까지 밀릴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최근 한달간 원달러 환율은 41원이나 급락했다. 거시경제 여건 개선이나 예고된 금리인상 등을 염두에 두더라도 레벨은 물론 하락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수출에 미칠 영향때문에 한은이 이달말에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는 반응마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외환당국은 레벨보다는 속도를 주시하고 있다고만 언급하고 있다. 또 환율의 움직임은 시장에 맡기되, 사실상 거래가 멈춰버리는 '쏠림' 현상이 있을 때만 개입을 하겠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심리적 저지선인 1090이 붕괴된 이날에도 외환당국의 개입은 그리 강하지 못했다. 분명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다. 

급전직하와도 같은 환율 하락에도 외환당국이 외환시장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는데는 모종의 사정이 작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같은 의문에 대해 일각에서 미국 환율보고서 때문이라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환율보고서는 작년부터 미재무부가 주요 교역상대국 중 환율조작 여부를 조사해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 의회에 제출하는 보고서다.

환율 조작국(심층분석대상국)의 기준은 △200억달러를 초과하는 대미 무역수지 흑자△국내총생산(GDP) 대비 3%를 초과하는 경상수지 흑자 △GDP 대비 순매수 비중 2%를 초과하는 환율시장 한 방향 개입 등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다.

한국은 작년부터 환율 조작국보다 한 단계 낮은 관찰 대상국으로 분류됐다. 대미 무역수지 및 경상수지에서 흑자를 보고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국의 환율시장 개입은 기준치에 미달했다.

시장에선 정부가 환율시장 적극 개입 시 내년 4월 발표되는 환율보고서에 자칫 환율조작국으로 선정될 가능성을 빼놓을 수 없다고 본다. 특히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강한 보호주의 움직임 속에서 환율 시장 개입은 미국에 대한 자극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한 은행계 외환딜러는 "당국의 개입성 물량으로 추정되는 미 달러화 매수세가 유입됐지만 심리적 저항선인 90원 선이 뚫린 만큼 60원선까지 고속도로가 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대해 외환당국 관계자는 "시장 상황에 맞게끔 모니터링 하고 있는 중이며 이미 충분히 빠른 속도로 짧은 기간안에 내려와 다른 통화에 비해 강세를 보이고 있어서 시장 상항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재차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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