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두 차례의 지진…여전한 정부의 '안전불감증'
[기자수첩] 두 차례의 지진…여전한 정부의 '안전불감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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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나민수 기자] 1년 만에 다시 찾아온 지진으로 대한민국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 지난해 9월 경주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일어난 데 이어 지난 15일 포항에서도 5.4의 강진이 발생하며 대한민국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이 확실해졌기 때문이다.

여진도 계속되고 있다. 경주 지진 이후 여진은 현재까지도 이어지며 600차례 넘게 관측됐고 포항 지진 역시 15일 이후 49차례 여진이 발생했다. 매스컴에서는 지진으로 학교 벽면이 무너지거나 놀라서 뛰쳐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기 화면을 연일 내보내며 대한민국 전역을 더욱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이처럼 국민들의 불안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고 있지만 정작 국민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정부는 지진보다는 딴 곳에만 정신이 팔린 듯하다.

지난 6월 고리 1호기 영구 정지 기념사를 통해 "이제 대한민국이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을 인정해야 한다"며 문제점을 인식했던 문재인 대통령이나, 지난 9월 신설하겠다고 했던 '국민안전안심위원회'를 지난 15일 포항 지진이 발생한 이후 부랴부랴 설치한 이낙연 국무총리의 행보를 보면 얼마나 지진에 대한 관심이 떨어져 있는지 미뤄 짐작해볼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지난해 경주 지진을 계기로 수립한 지진방재 종합대책은 이번 포항 지진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는 지적이 많다. 실상 국민들이 체험할 수 있었던 것은 재난문자를 지난해보다 빨리 받아봤다는 것뿐이다.

문제는 정부가 경주 지진에도 불구하고 지진 대비 예산을 대폭 줄였다는 데 있다. 내년도 지진대책 예산은 총 65억4600만원으로 올해(84억원)보다 22% 감소했다. 공공시설물 내진보강을 위한 2018년 '지진대비인프라 구축 사업' 정부안도 올해 예산(20억2300만원)에 비해 700만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나마 이번 포항 지진으로 정치권에서도 관련 예산을 확대하는 한편, 법 개정도 최우선 추진하기로 했지만 일련의 사례를 종합해보면 관련 예산은 시간이 지날수록 축소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때문에 현재 43.7%에 불과한 공공시설물의 내진율을 2020년까지 54%를 조기 달성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은 '공염불'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국토교통부는 올해부터 신규로 지어지는 건축물에 대한 내진설계 의무 대상을 확대하는 한편, 내진보강 건축물에 대해서는 세금 혜택을 주기로 했다. 하지만 9월말 현재 내진보강으로 세제혜택을 받은 사례는 단 1건뿐인 상황을 감안하면 정부의 갈 길은 멀어 보인다.

경주에 이어 포항에서 지진이 발생하면서 지진 피해는 이제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라 바로 내 주변이자 또한 나의 일이 된 것이다. 앞으로 더욱 큰 지진이 발생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1년간 발생한 두 번의 지진은 정부의 안일함을 일깨운 경고인 셈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처럼 부실한 준비로 인한 인재로까지 확산되지 않도록 정부는 하루빨리 지진과 관련된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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