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든 램지 "카스 맛 끝내줘"…왜?
고든 램지 "카스 맛 끝내줘"…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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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맥주 '카스' 광고에 출연한 고든 램지는 "끝내주게 신선하다(Bloody fresh)"는 평가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사진 = 오비맥주)

[서울파이낸스 박지민 기자] 오비맥주 '카스'의 새 광고 모델 고든 램지가 17일 한국을 찾는 가운데, 카스의 맛이 "끝내주게 신선하다(Bloody fresh)"는 그의 평을 두고 소비자들 사이에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이 "맛없는 한국 맥주를 극찬한 고든 램지가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는데, 과연 한국 맥주는 맛이 없을까. 고든 램지는 왜 카스 맛을 극찬했을까.

맥주 전문가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한국 맥주의 맛은 괜찮은 편이다. 다만, 종류가 다양하지 않고 획일적이어서 지루하다는 게 한계다.

카스나 하이트, 클라우드 등 국내 주요 맥주 제품들은 모두 '아메리칸 라거'다. 라거는 하면발효 방식으로 생산되는 맥주를 뜻한다. 그 중에서도 아메리칸 라거는 가벼운 맛과 탄산이 많은 게 특징이다. 맛이 상대적으로 옅은 아메리칸 라거 위주로 공급되다 보니, '한국 맥주는 따분하다'고 여길 수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맥주품평회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는 윤정훈 플래티넘 부사장은 "한국 맥주가 싱거워서 맛이 없다"는 말은 잘못된 기준에서 비롯됐다고 강조했다. 윤 부사장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국제대회는 월드비어컵(WBC)인데, 이 대회에서 규정한 맥주 종류는 총 96종에 달한다"며 "카스, 하이트 등의 국산 맥주는 아메리칸 라거에 속하는데,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메리칸 라거 평가 기준은 맑고, 잔맛이 없고, 탄산이 많으며, 홉 향과 맥아 향이 짙게 나면 안 된다는 것"라며 "태생적으로 맛이 강하게 느껴지지 않는 제품을 두고 싱겁고 맛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맥주 제조 15년 경력의 오진영 데블스도어 브루마스터도 "카스나 하이트 등 흔히 알고 있는 국산 맥주는 '아메리칸 페일라거'에 속하는데, 원래 이 스타일 맥주는 맛과 향이 옅은 게 특징"이라고 짚었다. 그는 "다른 아메리칸 페일라거 제품들과 견줬을 때 국산 맥주 맛이 절대 밀리는 것은 아니다"라고 평했다.

우리나라의 맥주 시장은 왜 아메리칸 페일라거가 점령하고 있는 걸까. 오 브루마스터는 "맛과 향이 진한 에일 맥주가 잘 팔리는 유럽에서는 맥주 한 잔을 시켜놓고 음미하는 문화가 발달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음식에 맥주를 곁들여 먹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음식 맛을 해치치 않는 옅은 맛이 주를 이루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든 램지가 카스 맛을 극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음식 맛을 중요시하는 요리사여서, 음식 맛을 살려줄 수 있는 맥주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음식 맛을 해친다는 이유로 에일 맥주를 모두 쏟아버렸을 정도다. 그가 선호한다고 밝힌 맥주는 '버드와이저'와 '밀러'인데, 두 브랜드 모두 맛이 가벼운 아메리칸 페일라거다.

오비맥주는 그간 국내 소비자들에게 퍼져있던 '한국 맥주는 맛이 없다'는 인식을 바꾸기 위해 고든 램지를 광고 모델로 발탁했다고 밝혔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맥주는 갓 생산한 제품이 가장 맛있는데, 카스는 순환이 빠르기 때문에 신선하다"며 "고든 램지는 음식 맛을 중요하게 여기는 셰프이기 때문에 음식의 맛을 살려주는 카스의 신선함을 높게 평했다"고 말했다.

한편, 고든 램지는 17일 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해 사흘간 다양한 행사에 참여한다. 18일 그는 서울 홍대 번화가에서 음식과 맥주문화에 대해 젊은 소비자들과 소통하는 '푸드 토크'를 펼친다. 또 jtbc의 요리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해 음식 솜씨를 뽐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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