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가율 하락에도 '갭투자 불씨' 여전
전세가율 하락에도 '갭투자 불씨'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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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대문구의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10월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 74.9%···여전히 높아
대출문턱 높아지자 갭투자로 눈 돌리는 수요자도 있어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연달아 나오는 부동산 규제에다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까지 곤두박질치면서 갭투자자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관측과 달리, 갭투자의 불씨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당장 적은 돈으로 아파트를 사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매력이 여전한 데다 현금부자들은 오히려 '이때가 기회'라는 심리로 갭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는 눈치다.

17일 KB국민은행 월간 부동산통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은 74.9%다. 이는 전월(75.0%)보다 0.01%p 하락한 수준으로, 올들어 최저치다.

서울은 70.9%를 기록했는데, 강북권은 75.0%, 강남권은 67.4% 였다.

새 정부가 들어선 후 부동산 시장과 대출을 아우르는 규제가 시행되면서 전세가율이 하락세를 타고 있는 모양새다.

정부는 지난달 24일 전방위적으로 대출을 옥죄는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기존 총부채상환비율(DTI) 산정방식을 개선한 신(新) DTI를 적용하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새롭게 도입하는 방안이 담겼다.

한마디로 '빚내서 집 사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한 셈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수익률이 감소한 탓에 갭투자에 나서려는 수요자의 심리가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갭투자 수요가 여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세가율이 내림세를 보이고 있지만, 강북권 등 지역은 여전히 높은 수준인 데다 갭투자를 주로 하는 사람들은 대출을 받지 않아도 투자가 가능한 소위 '현금부자'이기 때문에 대출 규제에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실제 8·2 부동산 대책 이후 거래절벽에 시달렸던 아파트 매매 시장은 갭투자에 힘입어 다시 살아나고 있는 분위기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7일 기준 신고된 11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3218건이다. 하루평균 189.2건이 거래된 것이다.

이달 말까지 보름가량이 남았지만, 하루에 거래된 건수를 비교하면 지난달의 거래량(총 3818건, 일평균 123.1건)을 훌쩍 뛰어넘었다.

특히 '갭투자의 성지'라 불리는 송파구와 강서구, 성북구 등의 거래량이 두드러졌다. 송파구는 이달 246건(일평균 14.4건)이 손바뀜을 하면서 전월 거래량(244건, 일평균 7.8건)을 넘어섰고, 강서구(186건, 일평균 10.9건) 역시 전월 거래량(181건, 일평균 5.8건)의 2배 가까이 늘었다.

성북구도 전월엔 220건(일평균 7건) 거래됐지만, 이달 들어서는 벌써 200건(일평균 11.7건)을 찍으면서 거래시장에 활기가 돌고 있다.

송파구 신천동 L공인중개업소의 윤 모씨(57)는 "8·2 대책 이후 매수가 잠깐 끊겼었지만, 전셋값이 높은 단지를 중심으로 갭투자 수요가 다시 늘었다"면서 "신천동에 위치한 파크리오의 경우만 해도 전용 84㎡가 지난달 11억원 후반대에 거래됐는데, 전셋값이 9억원대여서 전세를 끼고 사려는 사람들의 문의가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강화된 대출규제가 갭투자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출의 문턱이 높아지자 당장 입주를 하지 않아도 되는 투자 수요가 갭투자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강서구 마곡동의 J공인중개업소 김 모씨(59)는 "집을 알아보러 온 사람들은 일단 전세보증금부터 따진다"며 "전세가율이 낮더라도 향후에 더 오를 것이란 생각인데, 대출이 안 되니 실투자금을 훨씬 절약할 수 있는 갭투자를 노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신규 분양시장에서 투자 이익을 얻을 방법이 사라지면서 기존 아파트를 통해 차익을 얻는 갭투자가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라면서 "대출 없이 현금을 끌어올 수 있는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갭투자의 인기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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